변화
정식으로 검토가 들어간 지 평일만 놓고 보면 2일이다.
아마도 빠르면 2026년 3월 9일부터 13일 안으로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다.
참 많이도 노력을 했다.
굳이 한글로 쓰인 원고 11만 자에 인생을 걸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렇게 저질러버렸다.
자존심 때문이었겠지. 워낙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질머리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었겠지, 하며 나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너무 많은 감정 낭비와 돈을 낭비해 버렸으니까.
그래도 좋은 경험이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해외 출판사들한테 원고를 제출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뭐 참… 그놈에 11만 자가 뭔지, 그놈에 자존심이 뭔지. 웃기지도 않는다.
자존심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이번에 실패하면 조용히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굳이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해외의 믿을 만한 자비 출판사를 통해 돈을 던져주고 유통을 도와달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11만 자에 인생을 걸었던 것에 대한 목적과 목표는 기능을 상실했다. 마음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애당초 11만 자는 방지를 위한 목적이었다.
20대 정권에서 군사 반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일어난 군사 반란의 영향으로 한국과 북한은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영원히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리고 지금 복잡하게 흘러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11만 자의 영어 번역본이 공개되어 버리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기도 하다.
차라리 이대로 지금 정식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이거 우리가 출판해 주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라면서 배드 엔딩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의 야망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도 좋은 결과라고 생각은 한다.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와중에,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차단한 와중에 공개되어 봐야 좋을 건 없을 테니까.
이런 정세 속에서 11만 자가 정식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판되어 공개가 되면, 6·25 사변을 통해 가난을 겪은 세대, 즉 지금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부모님 세대와 얼굴을 붉혀가며 싸울 일밖에 생기지 않을 것 또한 명백하고.
차라리 이대로 배드 엔딩을 맞이하고 조용히 새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북한이 한국과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대화를 차단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11만 자가 공개되어 봐야 좋을 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이대로 인정을 받고 투자를 받아 출판을 하게 되고, 세계에서 알려질 만큼만 알려지고, 11만 자 때문에 나라의 정치권이 쑥대밭이 되고 나 하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상황이 벌어졌으면 하는 간절함도 있다.
뭐 그냥 싸우면 되니까.
어차피 6·25 사변을 통해 겪은 가난 때문에 마음속 깊이 아픔을 간직한 세대이고, 그 세대가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 별 수 없으니까.
워낙 부정과 부패와 비리가 나라를 뒤흔들어 놓았고, 그 바람에 이미 2200년이면 300만 명이라는 결과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니 내 입장에서 좋게 봐주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싸우고 싶은 거니까.
그래,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물고 뜯어 버리지 뭐.
그런 생각이다.
내가 쓴 11만 자가 세상에 공개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입장에서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내가 왜 여기까지 온 건지도 이제는 헷갈린다.
이름이 알려져서 나라를 말아먹은 부모님 세대와 싸우려고 쓴 건지.
정말 11만 자로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싸운 건지 헷갈린다.
이대로 안 되면 그냥 조용히 새로 시작해도 된다.
11만 자 때문에 소모된 감정과 돈은 아픈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아가면 된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새로 시작하게 된다면 훌륭한 발판이 될 것이니까.
11만 자 때문에 훌륭한 번역가분들과 인맥도 생겼고, 해외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하고 검토받는 방법도 터득했고, 또 그런 출판사들한테 눈도장도 찍어 놓았다.
실패는 했지만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검토를 받고 있는 곳이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새로 시작하게 된다면 분명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담담하게 실패를 전제를 두고 다음 주 주말을 맞이하면 될 것 같다.
11만 자에 인생을 걸어왔던 나 자신이 한심하다.
정말.
근데 지금 검토 결과에 따라서 주제 파악이랑 후속작의 미래도 걸려있는데...?
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