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Movement )
시계의 무브먼트
기계식 시계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브먼트입니다.
기계식 시계에 있어 무브먼트는 시계를 작동시키는 핵심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고, 컴퓨터의 경우 CPU와 같은 거죠.
무브먼트는 크게 태엽동력을 이용하는 기계식 무브먼트와 배터리 전력을 이용하는 쿼츠무브먼트로 구분됩니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다시, 손으로 태엽을 감는(와인딩이라고 합니다) 수동시계와, 손목에 차고 일상적인 흔들림을 통해 자동으로 와인딩이 되는 오토매틱 시계로 구분됩니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1일에 수초정도의 오차가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데, 하루 시간오차가 적으면 적을수록 고급무브먼트이며, 시간 이외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 할수록 고급무브먼트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에 반해 쿼츠 무브먼트는 한 달간의 시간오차가 기계식 무브먼트 하루오차와 비슷하죠.
기계식 무브먼트는 심지어 태엽이 풀리며 진동이 될 때 지구 중력의 오차를 줄이기 위한 기능(뚜르비용)까지 개발되어 있으니 그 정교함과 세밀함에 놀라기도 하지요. 무브먼트의 정밀도와 기술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퍼페츄얼 캘린더나 문페이스 컴플리케이션 등,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만, 이러한 끝판왕급 무브먼트를 제조하는 제조사의 역사는 1800년대 중반 혹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즉, 유서 깊은 제조사의 축적된 기술력의 산물인 것입니다.
어지간한 역사의 시계제조사에서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신생 제조사로서는 자체 무브먼트를 개발함에 있어 그 기술력과 제조설비등 감당하기가 힘들며, 투자비는 물론이거니와 세기를 넘나드는 브랜드의 헤리티지에 대한 도전은 꿈도 꿀 수 없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신생 시계제조사가 메이저 시계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주요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유서 깊은 시계브랜드의 시계는 현재에 와서는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귀금속 세공품 혹은 예술로서의 가치로 여겨집니다.(혹은 투자의 수단)
그렇다면 대다수의 신생 시계브랜드들과 심지어 중견브랜드들조차도 이런 무브먼트 제조기술력을 단시간 내에 습득할 수 없는데, ㅇ과연 어떻게 기계식 시계를 생산하고 개발할 수가 있었을까요?
그것은 검증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무브먼트 제조사의 제품을 구입하여 자사의 시계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무브먼트 공급사로 유명한 회사는 스위스의 ETA가 있으며, 일본 시계제조사인 세이코와 미요타도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검증된 성능의 무브먼트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시계 무브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방대한 양의 스토리를 풀어내야 하므로 시계디자인에 있어서 무브먼트 선정을 위한 사전정보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요점은 접근가능한 가격대와 검증된 안정성의 세이코 N35무브먼트를 채용한 디자인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NH35 무브먼트는 ETA, Sellita 등 스위스제 제품에 비해 가격이 1/2~1/5 수준으로 저렴하고, 세계적으로 유통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며 OEM 시계 제작 시 라이선스나 인증 비용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라이선스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이 덕분에 소규모 제조사(속칭 마이크로 브랜드)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체 시계 브랜드 론칭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조건은 특히 브랜드의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집중하고 싶은 시계 회사에 아주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생 브랜드가 스위스 무브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고품질 시계를 만들 수 있는 현실적 해답이 되는 셈입니다.
디자인 맵 포지셔닝(Map positioning)
탑재될 무브먼트가 정해지면 그다음은 오로지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결정뿐입니다.
다이버 시계 디자인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항 포지셔닝 맵(Positioning Map)을 만들어 봅니다.
포지셔닝 맵은 디자인 대상의 시장조사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제품들의 디자인을 분류하여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 키워드를 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디자인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도구입니다.
이는 전략적 디자인 결정과 마케팅 방향 설정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디자인 방향성과 디자이너의 의사 결정을 시각화하고 정렬시키는 전략 도구이며 특히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의 컨셉를 만들 때,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다양한 다이버 시계디자인을 조사하면서 도출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로축 : rugged ↔ sophisticated
- Rugged (러기드, 거칠고 실용적인), “험한 환경에서 쓰기에 적합한 강인한 디자인”. 진짜 툴(tool)로서 기능하는 시계를 의미
- Sophisticated (소피스티케이티드, 세련되고 정제된), “일상에서도 잘 어울리고, 고급스러우며 미학적으로 정제된 디자인” 기능보다는 감각과 스타일중시
>>세로축 : Tool-Driven ↔ Lifestyle-Driven
- Tool-Driven: 진짜 다이빙용 시계, ISO 규격 충족, 험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기능 우선 디자인.
- Lifestyle-Driven: 도시/일상용, 다이빙은 상징적 요소에 가깝고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 중시.
고가의 다이버시계는 정교함과 고급스러운 마감을 통해 sophisticated와 심지어 정장에도 어울릴 만한 Lifestyle-Driven 쪽에 포지셔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취미의 영역에서 도전하는 디자인은 rugged와 Tool-Driven이 강조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다이버시계의 디자인은 이미 과거의 헤리티지를 오마주 하거나 복각하는 수준으로 디자인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제한된 가용자원 내에서 신선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이색적인 디자인이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