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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21. 2024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09 & 10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제2막.

외계인,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다.


제2막 2장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아홉 번째와 열 번째.



9
수치심(Shame)과 자부심(Pride): 자아 인식의 두 얼굴 


“이제 두 개 정도의 페어가 남은 듯합니다. 저기 앞쪽에 보는 페어 중 하나는 어둠 속에 숨고 싶게 만드는 수치심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을 향해 당당히 서게 하는 자부심이란 것입니다.” 수호천사의 말을 듣고 숙주의 기억 구석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 페어를 보았다. 


외계인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자 수호천사는 설명을 시작했다.


"주인님, 수치심과 자부심은 인간의 자아 인식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어둠과 빛처럼 서로를 정의하고 균형을 이루며 존재합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이 두 감정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 철학에서 수치심과 자부심은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수치심을 덕성 함양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적절한 자부심을 덕목으로 여겼습니다."


"근대에 들어서 루소는 '불평등기원론'에서 자부심의 과도한 발달이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수치심을 노예도덕의 산물로, 자부심을 주인도덕의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도 수치심과 자부심은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심으로 보았습니다. 맹자는 이를 발전시켜 수치심을 의로움의 단초로 여겼죠. 반면, 과도한 자부심은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공명(功名)'을 추구하지 말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과도한 자부심에 대한 경계로 볼 수 있습니다.”


"문학은 수치심과 자부심의 복잡한 역학을 탐구하는 풍부한 장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서 주인공의 비극은 과도한 자부심에서 시작되고 극단적인 수치심으로 끝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의 내적 갈등은 수치심과 자부심의 충돌을 보여주죠.”


"현대 문학에서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극단적인 수치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상의 '날개'는 근대화 과정에서 느끼는 지식인의 수치심과 자부심의 갈등을 그립니다.”


“심리학 분야의 프로이트는 수치심을 초자아의 기능으로 보았고, 자아이상의 형성에서 자부심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에릭 에릭슨은 발달심리학에서 자아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이 두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대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의 극복과 건강한 자아존중감의 형성에 대해 연구합니다."


"수치심과 자부심은 사회 규범과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회학자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문명화 과정'에서 수치심이 어떻게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하는 데 기여하는지 분석했습니다. 한편, 국가나 민족의 자부심은 때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로 이어질 수 있어 양면성을 가집니다."



"박영철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수치심과 자부심의 역동을 잘 보여줍니다. 그의 사업 성공 시기에는 강한 자부심이 있었죠. 하지만 실패 후에는 극심한 수치심에 시달렸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성공 지향적 문화와, 실패에 대한 가혹한 시선을 반영합니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한국인들이 경험한 집단적 수치심과 그 극복 과정을 개인적 차원에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사상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수치심은 도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건강한 자부심은 자아실현의 원동력이 됩니다. 불교의 '중도' 사상도 이와 유사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통해 과도한 수치심을 극복하고 건강한 자아상을 형성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주인님, 수치심과 자부심은 인간의 자아 인식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도덕성과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동시에 사회 규범과 문화 발전의 동력이 됩니다.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외계인에게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수호천사 혼자 폭주해 버리고 말았다. 그 폭주는 수치심과 자부심의 감정 페어 옆에 있는 다른 페어의 설명으로도 이어졌다.




10

외로움(Loneliness)과 소속감(Belonging):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균형


얽혀있는 다른 감정 페어의 하나는 무한한 우주 속 고립된 행성 같은 외로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은하계의 일부로 빛나는 별과 같은 소속감이었다.


"주인님, 외로움과 소속감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을 반영하는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개별 입자와 전체 구조처럼 서로 대립하면서도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합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이 두 감정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 철학에서 외로움과 소속감은 오랫동안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인간의 본질적 불완전성과 온전함을 향한 갈망을 이야기했죠. 이는 외로움과 소속감의 원형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정의하며, 공동체 속에서의 소속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근대 이후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외로움의 문제를 깊이 다뤘습니다. 키르케고르는 '군중 속의 고독'을 이야기했고, 하이데거는 '세계-내-존재'로서의 인간의 조건을 분석했죠.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성을 인정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도 외로움과 소속감은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유교에서는 '인(仁)'의 개념을 통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불교에서는 개인의 고립된 자아는 환상이며, 모든 존재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설(緣起說)'을 주장했습니다. 도교의 장자는 '소요유(逍遙遊)'를 통해 세속적 관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고독을 이야기했지만, 이 역시 우주와의 합일을 통한 궁극적 소속감을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학은 외로움과 소속감의 복잡한 역학을 탐구하는 풍부한 장이었습니다. 단테의 '신곡'은 개인의 고독한 여정이 궁극적으로는 신과의 합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소외와 고립을 강렬하게 표현했죠."


"현대 문학에서도," 수호천사는 이어갔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은 개인과 가문의 고립된 역사를 그리면서도,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공동체 속에서 느끼는 개인의 고립과 소속에 대한 갈망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프로이트는 개인의 심리 발달에서 타인과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에릭 에릭슨은 생애 주기 이론에서 친밀감 대 고립감의 단계를 제시했죠. 현대 심리학자 존 카시오포는 외로움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에밀 뒤르켐은 '아노미'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소속감 상실과 그로 인한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 이론에서 현대인의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관계성을 지적했죠. 반면,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동체 참여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박영철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외로움과 소속감의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그의 사업 성공 시기에는 강한 소속감을 느꼈지만, 실패 후에는 극심한 외로움과 소외를 경험했죠. 이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경제 발전과 그에 따른 공동체 해체,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한국인들이 경험한 사회적 고립과 새로운 연대 형성의 과정을 개인적 차원에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진정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건강한 사랑이 개인의 독립성과 친밀감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고 주장했죠. 현대 심리학에서는 마음 챙김과 자기 연민을 통해 고독을 수용하면서도 타인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주인님, 외로움과 소속감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을 반영하는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관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주인님, 너무 빠르게 진행해서 죄송합니다. 주인님의 기억 데이터 복구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저의 모든 능력을 그곳에 집중하려다 보니 급하게 현재의 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뤄져 빠르게 진행하였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다이브를 해지하겠습니다. 추가 질문이 있으시면 텔레파시로 전달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은 문제 해결뒤 지식 동기화 업데이트를 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즉시 기억 다이브 상태를 해지 시킨 수호천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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