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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19. 2024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07 & 08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제2막.

외계인,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다.


제2막 2장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신뢰(Trust)와 의심(Doubt): 관계 형성의 기초와 자기 보호의 본능


외계인은 박영철의 기억 속 깊은 곳에서 이전처럼 서로 얽혀 있는 두 가지 미묘한 감정을 발견했다. 하나는 따뜻한 햇살 같은 신뢰였고, 다른 하나는 차가운 그림자 같은 의심이었다.


"이 두 가지 감정의 본질과 이것들이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줘.”


"주인님, 신뢰와 의심은 인간관계와 사회 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처럼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연결하고 형성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이 두 감정 사이의 끊임없는 균형 잡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학자들은 이 감정들을 어떻게 연구했어?”


질문만 좀 바뀌었을 뿐 질문의 핵심은 이전과 동일했다. 그럼에도 질문의 변주를 만든 자기 자신이 외계인은 왠지 뿌듯했다. 이런 모습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듯 수호천사는 그저 담담하게 답을 했다.


"서양 철학에서 신뢰와 의심은 인식론과 윤리학의 핵심 주제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는 건전한 의심의 출발점이 되었죠.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체계적 의심을 통해 확실한 지식에 도달하려 했습니다. 반면 흄은 인과관계에 대한 의심을 통해 경험론을 발전시켰습니다.”


"근대 이후 키르케고르는 '신앙의 역설'을 통해 종교적 신뢰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니체는 기존 가치에 대한 의심을 통해 새로운 철학을 제시했죠. 현대에 와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게임 이론을 통해 의미의 기반으로서의 신뢰를 강조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도 신뢰와 의심은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신(信)'을 다섯 가지 덕목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그는 정치와 사회의 기반으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노자는 '도덕경'에서 '지자불혹(知者不惑)', 즉 '아는 자는 미혹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지혜로운 의심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문학에서는 이 감정들이 어떻게 표현됐어?" 외계인이 물었다.


"문학은 신뢰와 의심의 복잡한 역학을 탐구하는 풍부한 장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의심이 어떻게 사랑과 신뢰를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의 내적 갈등은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신뢰와 의심의 충돌을 그립니다. 현대 문학에서도 오웰의 '1984'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신뢰의 붕괴와 편집증적 의심의 만연을 그립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신뢰와 의심이 권력관계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탐구합니다.”


"에릭슨은 발달심리학에서 '기본적 신뢰 대 불신'을 인생의 첫 번째 심리사회적 단계로 제시했습니다. 애착 이론의 창시자 볼비는 영아기의 안정적 애착이 평생의 신뢰 형성에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신뢰가 어떻게 협력과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지, 또 과도한 의심이 어떻게 편집증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뢰는 사회 질서와 경제 시스템의 기반입니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가 복잡성을 줄이는 메커니즘이라고 봤습니다.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는 신뢰를 경제 시스템의 '윤활유'라고 표현했죠. 반면, 건전한 의심은 민주주의와 과학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칼 포퍼의 반증주의는 과학적 지식에 대한 체계적 의심을 통해 발전한다고 봅니다.”


“이상이 지구의 인문학적 분석으로 신뢰와 의심이라는 감정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다음으로는 주인님께서 궁금해하실 박영철의 삶에서의 의미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박영철의 삶은 한국 사회에서 신뢰와 의심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의 사업 성공 시기에는 사회 시스템과 자신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죠. 하지만 실패 후에는 사회와 자신에 대한 깊은 의심에 빠졌습니다. 이는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개인이 겪는 신뢰의 붕괴와 의심의 증가를 반영합니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신뢰 구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박영철의 케이스를 분석하면 인간들의 신뢰와 의심의 균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사상은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맹목적 신뢰도, 극단적 의심도 문제가 될 수 있죠. 동양의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의 개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건강한 신뢰와 합리적 의심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주인님, 신뢰와 의심은 인간관계와 사회 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감정들입니다. 적절한 신뢰는 협력과 발전의 토대가 되지만, 건전한 의심은 진보와 혁신의 원동력이 됩니다.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수호천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외계인은 어쩌면 현재까지 들었던 인간의 감정들 중에 이 신뢰와 의심이 가장 균형을 맞추기도 어렵고, 각각을 해결하기에도 가장 어려운 것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불안(Anxiety)과 안도(Relief): 불확실성과 확신의 줄다리기


신뢰와 의심 감정페어 바로 옆에서 서로 얽혀 있는 두 가지 강렬한 감정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불안과, 빛처럼 스며드는 안도감의 페어였다.


"이 두 가지 감정의 본질이 뭐야?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줘."


"주인님, 불안과 안도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을 반영하는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엔트로피 증가와 항상성 유지처럼 서로 대립하면서도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합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이 두 감정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 철학에서 불안은 실존주의의 핵심 개념이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개념'에서 불안을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표현했죠. 하이데거는 불안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마주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에피쿠로스학파는 불안의 제거, 즉 아타락시아(평정)를 통한 안도를 삶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현대 철학에서 사르트르는 불안을 자유와 책임의 필연적 결과로 보았습니다. 카뮈는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불안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제안했죠. 한편,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은 언어게임을 통한 확실성의 획득, 즉 일종의 안도를 탐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도 불안과 안도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불교에서는 불안을 '고(苦)'의 한 형태로 보고, 이를 극복하여 열반의 안도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도교의 장자는 '소요유(逍遙遊)'를 통해 세속적 불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안도의 상태를 추구했습니다. 유교에서는 '중용(中庸)'의 실천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안정과 안도를 얻고자 했습니다.”


"문학은 불안과 안도의 복잡한 역학을 탐구하는 풍부한 장이었습니다. 카프카의 '변신'은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을 강렬하게 표현했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불안과 고난 끝에 찾아오는 안도와 초월을 그립니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끝없는 기다림의 불안과 그 속에서 찾는 미약한 안도를 보여줍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상의 '날개'는 일제 강점기 동안 지식인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 사회적 소외, 그리고 무력감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는 식민 통치 하의 억압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한편 최인훈의 '광장'은 한국 전쟁 이후 이념의 혼란 속에서 개인이 겪는 불안과, 최종적으로 '중립국'을 선택함으로써 찾고자 했던 안도감을 그려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감정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억압된 욕망의 표현으로 보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안도가 온다고 여겼습니다. 카렌 호나이는 불안을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으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격이 형성된다고 주장했죠. 실존주의 심리학자 롤로 메이는 불안을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보았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불안을 관리하고 안도를 얻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또한, 마음챙김과 같은 명상 기법이 불안 감소와 안도감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개연성을 설명드리자면,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 이론을 통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안을 분석했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 개념으로 현대인의 불안정성과 불안을 설명했죠. 한편, 안도는 사회적 신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 공동체 내의 안도감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영철의 삶에서는?" 외계인이 물었다.


"박영철의 삶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불안과 안도의 롤러코스터를 보여줍니다. 그의 사업 성공은 일시적인 안도를 가져다주었지만, 경제 위기와 실패는 깊은 불안으로 이어졌죠. 이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불안정성, 그리고 성공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만들어낸 한국적 불안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초연해지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불교의 '중도'나 도교의 '무위자연' 또한 극단적인 불안이나 안도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강조합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인님, 불안과 안도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을 반영하는 감정들입니다. 적절한 불안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안도는 우리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줍니다.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수호천사가 말했다. “저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이론입니다. 정답은 아닙니다.”


마치 외계인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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