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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Estelle Aug 04. 2023

"싱가포르? 잠원동인줄"

[숨 쉬는 도전 중입니다_싱가포르 여행①]

2022 8/26 ~ 8/31

싱가포르


20n년 차 인생,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난 한 번도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다. 인천국제공항 발을 디뎌본 적도 없다. 그래서일까. 싱가포르 여행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


누군가는 '해외여행 가지고 호들갑 떠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출국이 다가올수록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 낯선 곳에서의 환경이 어떨지 걱정이 앞섰다. 한 3초 간 0.0001% '국내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 즐기며 마사지받을 걸 그랬나'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022년 8월 26일 금요일 오전 9시 35분, 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가는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열렸다. 나의 인생 첫 해외여행이라는 도전의 서막이.




인천국제공항은 한산하지도 바쁘지도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휴가 나온 이들이 내 예상보다는 많았다. 짐을 끌고 첫 수속을 한 뒤 공항 일정을 진행했다. (1) 예약한 와이파이도시락 받기 (2) 환전 (3) 라운지 가서 기념 식사(?) 하기. 이중에서도 환전은 여행을 실감케 했다.


시간은 예상보다 빨리 지나갔다. 어느새 기내에 탑승할 시간이 다가왔다. 국제선 항공기는 제주도 갈 때 탔던 항공기와 차원이 다르게 컸다. 큰 창가를 내다보며 연신 "우와" "진짜 크다" "떨려"만 수십 번 외쳤다. 이어 탑승구 247번 앞에서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이때 나 자신과 대화를 참 많이 나눴다.


마음 : 어때?

나 : 알 수 없이 긴장돼. 떨리는 건지 설레는 건지 모르겠어.

마음 : 왜 그런 기분이 들어?

나 : 지금까지 많은 도전을 해왔지만 한반도를 벗어나는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라.



항공기가 날아올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그 순간, 승무원의 움직임을 통해 심상치 않은 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바로 '사육당할 시간'이 온 것. 샴페인, 와인, 따뜻한 차.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다. 그리고 기내에 적응하자 영화도 틀고 간간이 하늘도 바라봤다.


'난 지금 어떤 나라 위에 있는 걸까?' '지구는 정말 크구나. 난 저 중에 아주 작은 인간일 뿐이고. 작은 것만 바라보며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하늘은 더 눈부시고 더 컸다. 간간이 보이는 작은 육지들은 내가 속한 세상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게 했다. 나의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는 도전이 시작부터 큰 깨달음을 줬다. 도전이라는 게 그렇다. 도전을 통한 결과가 나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도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아니 이미 그전부터 나를 성장시킨다. 나의 첫 여행은 비행기에 몸을 맡긴 순간부터 도전의 의미를 깨닫게 했다. 내가 조금 성숙해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난 하늘에서 여유를 부리기도, 다짐을 하기도, 회개하기도 했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싱가포르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을 나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빛들을 바라봤다. 2022년 8월 26일 저녁 8시 45분. (싱가포르 시간 저녁 7시 45분) 난 처음으로 한반도가 아닌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입국심사 때 들었던 기분 = 언론사 면접 때 기분' 해외에 자주 나가본 분들에게 묻고 싶었다. 입국심사가 원래 이렇게 긴장되냐고. 그래서일까. 난 수능 때보다 더 리스닝에 충실했고, 단어들을 총집합해 대답도 잘했다.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친 뒤 짐을 발견하고 미리 예약한 차량 서비스 기사 분을 찾았다. 4050세대 기사분들 사이에서 나랑 동갑처럼 보이는 한 남성분이 내 이름이 적힌 아이패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을 타고 첫 번째 호텔 '더 캐피톨 켐핀스키'로 이동했다.


그렇게 바라본 싱가포르 풍경. 마리나베이샌즈를 제외하고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길이 너무 익숙했다. 래플스시티 부근은 여의도 같고,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등장한 빌라 비슷한 아파트 단지는 잠원동 같았다. 어쨌든 보이는 곳들이 해외보다는 서울의 밤 모습이었다. 한 편으로는 외국 같지 않은 느낌에 아쉬웠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낯설지 않아서 반가웠다. 기내 탑승할 때까지만 해도 설렘과 긴장, 기쁨, 두려움 모든 감정이 뒤섞였는데 막상 발을 딛고 다른 세상을 바라보니 막상 괜찮았다. 감정이 뒤섞이지 않았다.


'도전이라는 게 그렇지. 발을 내딛기 전이 어렵지 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첫 번째 호텔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여행책에서 봤던 '루프트 바'로 무작정 갔다. 사실 금요일 저녁엔 예약하는 게 좋다고 했지만, 싱가포르 거리도 볼 겸 해서 고민 없이 나갔다. 싱가포르 거리는 차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외국인들 사이에 있어서일까. '내가 지금 해외에 있긴 하는구나' 싶었다.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싱가포르를 눈에 담고 있을 때쯤 도착한 '스모크앤미러스 바'(Smoke&Mirrors). 바에 도착하니 해외여행 실감은 극대화됐다. 주위는 영어 또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음성이 가득했고 바에서 보이는 마리나베이샌즈와 싱가포르 도심 야경은 음성들과 함께 어우러져 안성맞춤이었다. 시그니처 칵테일을 마시면서 엉덩이가 간지러웠다. 이곳에서 자리 잡는 것도 좋지만 거리를 더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칵테일 반을 마시고 거리로 나왔다. 난 누가 봐도 첫 여행자였다.


한참을 걷다가 편의점을 발견했다. 나는 여행 다니며 꼭 해당 국가의 마트나 편의점은 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먹거리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눈길을 사로잡은 건 싱가포르 먹거리가 아니었다. 'Best Of Korea' 코너에 있는 우리나라 음료, 과자 등이 눈에 띄었다. 이런 걸 국뽕이라고 하던가? 이뿐 아니다. 하이트진로에서 전량 수출용으로 만든 '딸기에이슬'은 당장 사야겠다고 생각해 담았다. 하지만 싱가포르 편의점에서는 밤 10시 30분 이후 술 판매가 금지된다고 편의점 직원이 전했다. 싱가포르의 새로운 술 판매 문화를 알게 됐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코카콜라, 요거트만 구매해 싱가포르 바람을 맞으며 호텔 쪽으로 걸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여행이라는 게 어려운 도전이 아니라는 걸. 물론 도전은 앞서 살짝 언급했듯 처음이 어렵지 나중은 쉽다. 내가 적응하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의 도전도 생각보다 쉽다고 느껴졌다. 내가 지금까지 작은 시야를 가지고 살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싱가포르 바람을 난 아직도 기억한다. 습도는 강했지만 찝찝함 대신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줬던 바람이었다. 포근하면서 평안한 깃털이 내 마음을 여러 번 스쳐 지나갔다.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는 도전 의식이 도전했다는 목표 달성으로 내려앉아서인가 보다.


'잠원동 같지만 잠원동 같지 않던, 여의도 같지만 여의도 같지 않던' 싱가포르에서의 1일 차를 마무리했다.

싱가포르에서 펼쳐질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행복한 고민이 들었다. 또 살짝 눈물이 맴돌았다. 성취감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의 목표 성취와 내가 진행한 도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 같은 벅차오름을 아는가.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도전을 할 테고 성취를 하겠지만(실패한다는 생각 애초에 안 하는 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성취했다는 자부심을 더 느낄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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