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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Estelle Jul 03. 2023

조현병과 싸우는 엄마에게

[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엄마, 난 2년 전 봄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때 엄마는 안경 쓰고 식탁에 앉아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고 있었지. 외갓집과 사이가 멀어지면서 법적인 싸움까지 하게 되고 말이야. 분기별로 함께 영화 보고 외식했던 우리 가족은 어느 순간 우울함이 가득한 집안이 됐어. 사실 이때 엄마를 원망했어. '그냥 남이다 생각하고 인연 끊지. 왜 그렇게 법적 싸움까지 해가면서 복잡하게 살까'하고 말이야. 20대 중반인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화목했던 집안이 무너지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 이후, 더 큰 어려움이 닥쳐올 줄도 모르고 이걸로 힘들어했지. 



어느 날 엄마가 말했어.

"위층에서 마약을 해"

한때 마약 취재를 해오던 나인데 위층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소리에 놀랐어. 그래서 엄마한테 물었지.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마는 마약 제조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어. 그리고 구체적으로 내게 설명했지.

"호주에서 유학했을 때 마약하는 애들을 본 적이 있어. 개네가 마약 만드는 것도 봤어. 그런데 그 소리랑 똑같아. 내가 녹음도 했어, 위층에서 마약 만드는 소리를"


그렇게 엄마의 휴대전화 속 1시간짜리 녹음파일을 들었어.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칙칙' 이런 소리는 있었지만 마약 제조 소리라고 할 수도 없고, 엄마가 화장실 환풍구에서 휴대전화 녹음기를 틀고 있었기에 화장실에서 날 수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지. 

'엄마, 아무 소리도 안 나'


엄마는 억울해했어. 또 화를 냈어.

"잘 들어봐. 위층 애들 마약해. 웃긴 건 내가 화장실 들어가면 마약 만들다가 멈춰. 내가 화장실 오는 걸 알아"


정말 이해할 없었어. '엄마의 우울증 약이 부작용을 일으켰나?' '아빠도 엄마가 이상한 말을 하는 알까?' 싶었어. 


비슷한 일을 또 있었어. 

위층 이웃주민과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엄마를 째려보고 욕한다고 했어.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고, 만약 그랬다면 무시하라고 했지만 엄마는 크게 화를 냈지. 그리고 답답해했어.

"왜 가족들이 나를 안 믿어줘? 나한테 욕했다니까?" 




이런 일상은 자주 있었어. 이때마다 엄마는 가족들에게 억울해하며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혼자 잠을 청했지. 엄마는 가족들이 엄마를 믿어주지 않고, 사람들이 엄마를 욕하는데 가만히 있는다고 느껴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 당시에 나도 아빠도 '피해의식이야'라고 질타했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어.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은 생각에 말이야.


이대로 있다가는 일이 더 커지겠다 싶어 엄마 따라 병원을 갔어. 엄마가 모르는, 이따금 나오는 엄마의 행동을 의사에게 전했더니 두 마디 하셨어. 


"조현병 같아요. 약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 같네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어. 종종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사건으로 수많은 보도가 나왔었고, 나 또한 그 보도를 진행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당사자가 엄마라는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왜 조금 잘 살려고 하면 장애물이 생길까' 내가 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하느님이 원망스러웠어. 엄마도 억장이 무너졌겠지. 고생해서 자식 키웠는데 몸이 뜻대로 되지 않고, 스스로 모르는 행동이 튀어나온다는 무서움도 생겼을 거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에 들어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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