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짜증이 나는 날

by 동이

오늘의 나는 온몸이 날카로운 바늘로 덮인 고슴도치와 같습니다. 아침에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조차 지나치게 눈부셔 불쾌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이웃의 목소리도 왠지 모르게 고막을 긁는 소음처럼 느껴집니다. 마음속의 기압계가 급격히 하강하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는데, 정작 왜 그런 날씨가 시작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기상 정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 정말 다 왜 이래. 짜증 나게."

혼잣말로 내뱉는 투덜거림은 부메랑이 되어 나의 가슴을 다시 찌릅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타인의 사소한 실수도 오늘은 용납할 수 없는 대역죄처럼 느껴지고, 길거리의 작은 돌멩이조차 내 길을 방해하려 놓인 장애물처럼 보여 신경질적으로 걷어차게 됩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화를 낼 명분이 전혀 없는데도, 내면의 화산은 통제할 수 없는 마그마를 부글부글 끓어 올리며 분출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그동안 내가 너무 오랫동안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기분을 맞추느라 정작 나의 감정은 쓰레기통에 방치되었고, 그 묵은 감정들이 부패하며 내뱉는 독가스가 오늘의 이 이유 없는 짜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뾰족해진 성격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지켜보는 나는 다시 자괴감에 빠져 더 깊은 짜증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나 지금 예민하니까 건드리지 마."

경고장을 붙이고 싶을 만큼 나의 신경은 팽팽하게 당겨진 현악기의 줄과 같습니다. 스치는 바람에도 불협화음을 내뱉으며 비명을 지르는 이 날카로운 감각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습니다. 사람들의 친절은 위선처럼 보이고, 세상의 규칙은 나를 억압하는 굴레처럼 느껴져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부수고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오후의 찻잔 속에 떨어진 설탕 한 조각이 녹지 않고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며, 나의 짜증도 저렇게 완고하게 내 마음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억지로 평정심을 찾으려 애쓰는 행위는 오히려 화를 더 돋울 뿐이기에, 나는 차라리 이 짜증의 파도가 나를 지나쳐 가기를 묵묵히 기다리기로 합니다. 모든 감정에는 주기가 있듯이, 오늘의 이 사나운 기상 이변도 결국은 힘을 잃고 잔잔한 평온으로 돌아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밤의 정막이 찾아와 방 안의 불을 끄면, 비로소 날카로웠던 가시들이 조금씩 누그러지며 원래의 부드러운 살결을 드러냅니다. 이유 없는 짜증은 사실 나를 좀 더 안아달라는, 나에게 좀 더 다정해지라는 내면의 외로운 비명이었음을 이제야 어둠 속에서 조용히 인정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둥근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가시 돋친 하루의 잔상을 털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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