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사람이 징그러운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지하철역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군상이 마치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처럼 무미건조해 보이고, 그들이 뿜어내는 체취와 열기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불결한 침입처럼 느껴집니다. 다정한 안부 인사조차 그 이면에 숨겨진 계산과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위선처럼 다가와, 차라리 벙어리가 되어 세상의 모든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싶다는 극단적인 충동에 휩싸입니다.
"다들 왜 저렇게 악착같이 떠드는 걸까? 대체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아서."
카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마치 내 신경을 갉아먹는 금속성 소음으로 변질되어 귀를 틀어막게 만듭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목하에 서로를 감시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며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소모적인 전쟁을 매일같이 치르고 있습니다. 사랑과 신뢰라는 단어는 소설 속의 박제된 화석처럼 느껴지고, 현실에서의 관계는 그저 필요에 의해 맺어지는 차가운 계약서와 다를 바 없다는 염세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타인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자꾸만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게 되는 것은, 그 눈 속에 담긴 나의 초라한 모습이나 타인의 탐욕을 읽어버릴까 봐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는 숲은 너무나 울창해서 길을 잃기 쉽고, 그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은 각자의 가시를 세운 채 서로의 햇빛을 가리기에 급급해 보입니다. 나는 오늘 이 울창한 숲을 벗어나 사막이나 남극의 빙하처럼 인간의 온기가 전혀 닿지 않는 순수한 고독의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습니다.
"혼자 있고 싶어. 제발 아무도 나를 찾지 마."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가방 깊숙이 집어넣을 때 느끼는 그 서늘한 해방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늘의 유일한 구원입니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입꼬리를 올리고, 원치 않는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골라내는 그 피곤한 연극을 이제는 잠시 중단하려 합니다. 사람이 싫다는 것은 사실 사람이 무섭다는 뜻이고, 사람에게 너무 많이 데어 마음의 화상을 입었다는 슬픈 고백이기도 합니다.
고독은 나를 해치는 괴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뜯겨 나간 나의 영혼을 수선해 주는 유능한 재단사입니다. 홀로 있는 방 안의 정적 속에서 나는 비로소 타인의 소음이 아닌 내 심장의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정의해 봅니다. 오늘 하루 사람을 외면한 덕분에, 나는 내일 다시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 작은 용기의 씨앗을 발견합니다. 인간에 대한 혐오는 결국 더 깊은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의 다른 이름임을, 나는 이 고독한 밤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