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몸이 무거운 날

by 동이

아침의 알람 소리가 평소보다 유독 날카로운 금속음으로 들려올 때부터 예감했습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지구의 중력이 평소의 두 배는 더 무겁게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몸은 마치 빗물에 흠뻑 젖은 솜덩이처럼 축 처져서, 손가락 하나를 까딱이는 것조차 거대한 기중기를 동원해야 할 것 같은 육체적 망연자실함에 빠져듭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어제보다 한 뼘은 더 지반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눈꺼풀 위에는 보이지 않는 납덩이가 매달려 시야를 자꾸만 어둡게 가립니다.

"몸이 왜 이렇게 천근만근이지? 어디 아픈 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조차 공중에서 흩어지지 못하고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사실 특별한 질병이 있는 것도, 어제 과도한 노동을 한 것도 아니건만 오늘의 육체는 영혼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너무나 노쇠한 그릇처럼 느껴집니다. 커피를 몇 잔이나 들이켜도 각성은 오지 않고 그저 속만 조금 쓰릴 뿐, 사지는 여전히 깊은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난파선처럼 요지부동입니다. 사람들의 활기찬 걸음걸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가 나고, 내가 머무는 공간의 공기는 밀도가 너무 높아 숨을 쉬는 행위 자체가 버거운 노동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가끔 육체가 정신보다 먼저 파업을 선언하는 날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동안 소리 없이 쌓여온 일상의 피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지질학적 변동이며,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의 무게를 점검하라는 몸의 엄중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신발을 신는 행위, 현관문을 여는 행위, 계단을 내려가는 그 사소한 모든 일들이 오늘은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셰르파의 고행처럼 숭고하고도 고통스럽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걷자. 오늘은 그럴 수 있는 날이야."

다정한 친구가 곁에서 등을 토닥여준다면 좋겠지만, 오늘의 고독한 무게는 오로지 나만의 몫입니다. 지하철의 차가운 금속 지지대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나를 관통해 지나가는 유령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의 몸은 기억의 저장소이기에, 말하지 못한 슬픔과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이 근육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오늘의 이 무거운 통증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릅니다.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내 몸이 의자와 하나가 되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이한 합일감을 느낍니다. 누군가 나를 부른다 해도 고개를 돌릴 힘조차 아껴야 할 정도로, 지금 나의 에너지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불꽃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어온 이 길은 단순히 거리를 이동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며 버텨온 투쟁의 기록입니다. 밤이 깊어 다시 침대의 품으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비로소 중력과의 휴전을 선포하며 깊은 어둠 속으로 나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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