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작은 사각형 화면이 세상과의 연결 통로가 아니라 나를 감시하고 구속하는 차가운 창살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은 나를 필요로 하는 신호가 아니라 나의 시간을 침범하는 무례한 노크 소리가 되어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합니다.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가공된 행복을 지켜보는 일에 지쳐버린 영혼은, 이제 디지털의 빛이 아닌 자연의 어둠과 투박한 질감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왜 연락이 안 돼?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
몇 시간 뒤 핸드폰을 켰을 때 쌓여 있는 메시지들을 보며 안도감보다는 알 수 없는 피로감과 압박감이 먼저 가슴을 눌러왔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자신의 고독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먹는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중계하지 않아도 나의 존재는 충분히 입증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책상 깊숙한 곳에 넣어둔 뒤 창문을 열어 바람의 냄새를 맡으면, 비로소 잊고 지냈던 현실의 감각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화면 속의 고화질 이미지보다 더 선명한 초록색 나뭇잎의 떨림과, 가공된 음원보다 더 진실한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내 방 안을 채웁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스스로와 대면할 수 있는 정적의 시간을 앗아갔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잠시만 오프라인으로 지낼게. 찾지 말아줘."
상태 메시지를 바꾸고 싶은 유혹마저 뿌리치고 완전한 단절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나는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자유를 맛봅니다. 알림이 울리지 않는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읽다 만 종이책의 질감을 느끼며 생각의 근육을 천천히 이완시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시간으로 알지 못해도 나의 세계는 여전히 평온하게 흐르고 있으며, 이 단절이야말로 나를 다시 채우는 가장 강력한 충전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