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싫은 날

by 동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혓바닥 위에 무거운 납덩이가 놓인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세상의 소란은 이미 나를 향해 수천 개의 질문을 던질 준비를 마친 것 같았지만, 나는 그 모든 파동으로부터 도망쳐 깊은 침묵의 굴속으로 숨어들고 싶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골라 입 밖으로 내뱉는 행위가 마치 거대한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버겁게 다가오는 그런 날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면의 가장 부드러운 살결을 타인에게 노출해야 하는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 잘 쉬셨어요?"

누군가 건네는 평범한 인사가 공중에 흩어지지 못하고 내 고막을 날카롭게 할퀴고 지나갑니다. 나는 그저 짧은 목례로 대답을 대신하며, 내 안에서 맴도는 수만 가지 생각의 잔해들을 다시 가슴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말은 내뱉는 순간 나를 떠나 타인의 해석이라는 그물에 걸려 제멋대로 난도질당하기 마련이기에, 오늘만큼은 그 어떤 오해의 불씨도 지피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운 정적이 나를 지배합니다.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투명한 유리성벽이며,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된 진정한 자아를 대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침묵을 불안해하며 그 빈자리를 의미 없는 소음과 가벼운 농담으로 채우려 애쓰지만, 사실 가장 깊은 이해는 언어가 멈춘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오늘 말을 아끼는 이유는 세상에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마음의 결들이 너무나 섬세하고 무거워 적당한 그릇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텅 빈 방 안에서 시계 초침 소리만이 유일한 리듬이 되어 흐를 때, 나는 비로소 입을 닫음으로써 귀가 열리고 마음의 눈이 뜨이는 기적 같은 순간을 경험합니다.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게 너를 지키는 방법이니까."

거울 속의 나에게 마음으로 속삭이는 이 위로는 그 어떤 유창한 웅변보다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와 나의 텅 빈 중심을 꽉 채워줍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침묵의 농도는 짙어지고 나는 그 어둠의 바다를 유영하며 언어라는 옷을 벗어 던진 채 가장 원초적인 평온함에 도달합니다. 오늘 하루 내가 아껴두었던 수많은 말은 내일의 태양 아래서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문장이 되어 피어날 것임을 믿으며, 나는 다시 한번 고요한 침묵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듭니다.

2. 뚫린 모래시계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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