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방에 추모실을 꾸몄습니다. 추모실에는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을 전시해 놓고 영정사진과 성경책, 십자기, 헌화할 수 있는 조화를 준비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어머니 사진을 20개 정도 액자로 걸어놓았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헌화를 하고 평소 어머니가 일어나는 시각에 점등을 주무시는 시각에 소등을 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침에만 헌화를 하고 그마저도 깜빡할 때도 있습니다. 저의 게으름처럼 슬픔과 그리움도 시간에 따라 희미해져 갑니다.
가끔씩 어머니가 떠오르고 꿈에도 나타납니다. 추억과 사람은 미화되기 마련인지 어머니의 따뜻함과 사랑이 떠오릅니다. 어머니의 웃음과 피부촉감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었던 음식과 집에 왔을 때 따뜻했던 아랫목까지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만약에'라는 생각이 들 때까 있습니다. '만약 항암을 했더라면' '다른 병원을 갔더라면' '그 수술을 안 했더라면' 이랬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하자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어머니를 모신 지 오래되었기에 그동안 내 삶과 어머니의 부양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항상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못 해 드린 것에 대한 후회와 '그만하면 최선을 다했다'라는 합리화가 항상 부딪칩니다.
어머니를 부양했던 나름의 긴 세월을 통해 맘 놓고 여행을 못 갔는데 이제는 갈 수 있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으면 헌화를 정성스럽게 합니다. 아마 이 마음이 점점 흩어지더라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속에 따뜻하면서도 뜨겁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이 그리움을 우리는 누구나 가지고 살 것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생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과 삶이라는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내 인생에 삶과 죽음이라는 책이 따로 2권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한 권에 다 있는 느낌입니다. 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죽음이라는 파트가 나오는 것뿐입니다. 언제 나올지는 다 읽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삶의 한 파트와 그 문단 혹은 그 문장 하나에 신경을 덜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문장이 내 삶을 짜증 나고 힘들게 하는 장면일지라도 그냥 인생이라는 책에서 너무나도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어머니가 계실 때 못해본 것도 여러 가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게 혼자 여행을 가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머니를 부양할 때는 못해본 것입니다. 지금 어머니께서는 제 삶의 다른 파트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켜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나 또한 내 인생에서 퇴장할 때까지 저의 책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교성이 없는 저에게 인터넷카페와 유튜브, 포털에 나와있는 정보들은 어머니를 간병하는 데에 너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분 한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