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바람의 이름으로

by 동이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것은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어느 날 문틈 사이로 스며들어, 방 안의 공기를 천천히 바꾼다. 기분 좋은 햇살처럼 따뜻하게 비출 때도 있고, 거친 바람처럼 모든 것을 흔들어버릴 때도 있다. 감정이란 원래 인간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손님에게 집의 열쇠를 내어준다. 분노가 들어오면 이성은 한 발 물러서고, 슬픔이 머물면 웃음은 문밖으로 나간다. 기쁨이 찾아올 때조차도 우리는 불안하다.
“이 기분이 언제 사라질까.”
그 두려움이 행복의 뒤를 따라온다. 감정은 그렇게 우리 마음속에 살며, 우리의 하루를 흔들고, 방향을 바꾼다. 누군가는 그것을 통제하려 하고, 누군가는 그저 내버려둔다. 그러나 감정은 어느 쪽에도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본능의 언어이며,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첫 번째 신호다. 감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세상을 느낄 수도,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에 우리가 어떻게 머무는가이다.

감정이 들어오면 사람은 자신이 그 감정을 만든 줄로 착각한다. 그러나 감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바다와 같다. 그 위로 감정이라는 바람이 지나가면 물결이 흔들리고 파도가 일어난다. 그것이 분노의 파도이든, 기쁨의 물결이든, 그 움직임 자체가 인간의 생생한 존재 증거다. 하지만 파도는 곧 잦아든다. 바람이 멈추면 물결도 고요해진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바람에 저항한다.
“왜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이런 기분은 없어져야 해.”
그렇게 싸우는 동안 감정은 더욱 강해진다. 피하려 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고, 억누를수록 더 깊게 파고든다. 감정을 이기려는 순간, 우리는 이미 감정의 손아귀에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이김이 아니라 이해다. 감정은 나를 해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잠시 머물러 나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분노는 내가 어디서 상처받았는지를 알려주고, 슬픔은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증명한다. 기쁨은 삶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신호다. 감정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니 감정이 밀려올 때 그것을 밀어내지 말고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내 마음에 이런 바람이 불고 있구나.”
그렇게 인정하는 것, 그것이 감정과 공존하는 첫 걸음이다.

감정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떠난다. 마치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듯, 한 번의 흔들림을 남기고 흩어진다. 그 흔들림이 마음의 흔적으로 남을 때 우리는 한층 더 깊어진다.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깨달음이다. 우리가 흔들렸다는 건, 아직도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감정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피할 수도, 지울 수도 없다. 그러나 품을 수는 있다.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분노 속에서도 나를 바라보고, 슬픔 속에서도 세상을 느끼며, 두려움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감정은 바람처럼 왔다가 간다. 그 바람이 불 때 우리는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곧 성장이다. 감정을 조절하려 애쓰지 말고, 그 바람을 느끼며 서 있는 자신을 보라. 그때 마음은 서서히 단단해진다. 바람이 다시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다. 그러니 이제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것은 나를 무너뜨리는 적이 아니라, 나를 일깨우는 친구다. 감정이 스치고 지나가는 그 순간마다 우리는 조금씩 인간다워진다. 그리고 바람이 잠든 밤, 조용히 깨닫는다.

감정은 떠났지만, 그 흔들림 덕분에 나는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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