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지 않은 순간에 열린 정확한 문

by 동이

문제는 늘 복잡하게 보인다.
마치 미로처럼 겉모습만 봐서는 출구를 찾을 수 없고 우리는 정답을 미리 예측하려 하지만 삶은 그 예측을 비웃듯 엉뚱한 방향에서 답을 내밀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시도를 해본다.
큰 결심은 아니며 기대도 없지만 가볍게 손을 뻗는 이 시도가 이상하게도 가장 멀리 가는 법이다.
처음엔 나도 의심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식이 정말 도움이 될까, 이 정도로 힘을 덜 들이고도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한 장난을 좋아한다.
어느 날 우연히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가 문을 열었고 그것은 지레짐작한 가능성도, 머릿속의 계산도 아니었다.
그저 해보았기 때문에 알게 된 결과였으며 그 ‘얻어 걸린’ 방식은 이상하리만큼 강력했다.
마치 잠들어 있던 지혜가 우연을 통해 깨어나는 듯했다.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았고 시간도 별로 들지 않았지만 효과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컸다.
삶이 이런 방식으로 답을 내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예상하려 하고 예상 자체가 부담이 되며 머릿속의 장벽은 늘 과장되어 있지만 작은 행동은 그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정답은 시도 속에 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지만 직접 부딪히기 전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고 결국 경험이 말해주는 해답만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래서 지나친 고민을 접어두고 고민을 접으면 길이 보이며 길이 보이면 걸을 수 있고 걸으면 또 다른 우연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은 사실 운이 아니라 시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며 움직인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순간이다.
그 순간은 과한 힘을 좋아하지 않고 적당한 가벼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은 과한 노력보다 조금의 감각을, 과한 계획보다 가벼운 용기를 더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정답을 예상하려는 마음보다 정답을 찾아가려는 움직임이 더 중요하며 그 움직임은 늘 생각보다 작고 어쩌면 아주 조용한 관찰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가벼운 시도에서 피어나거나 심심해서 눌러본 버튼에서 시작되거나 포기하려던 순간의 마지막 몸짓일 수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작은 움직임이 큰 문을 열고 생각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내며 그제야 깨닫게 된다.

아, 이것이 바로 그렇게 찾던 해답이었구나.
이토록 적은 에너지로도 가능했구나.
미리 상상했다면 결코 믿지 않았을 해답이었구나.
그 깨달음은 마음 깊은 곳을 환하게 밝힌다.

효율적인 방법은 언제나 정교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투박하거나 우연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그 단순함 속에 비밀이 숨어 있으며 그 비밀은 시도하는 사람만 발견한다.

시작은 작아도 되고 작은 시도는 문을 열며 문을 여는 순간 또 다른 길이 생기고 길이 생기면 삶은 조금씩 가벼워진다.
그 가벼움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해답을 바라보게 된다.
우연처럼 다가온 해답은 사실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

움직인 사람에게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순간 삶은 놀랍도록 부드럽게 바뀐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 배운다.
해결의 방법은 노력의 무게와 비례하지 않고 생각의 깊이와도 반드시 관련되지 않으며 때로는 아주 가볍고, 아주 우연하며, 아주 짧다는 사실을.

그 짧고 가벼운 순간이 인생의 동력을 바꾸고 문제를 풀고 길을 만들며 나를 조금 더 나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볍게 움직인다.
작게 손을 뻗고 새로운 길을 열어보고 또 다른 우연을 기다린다.

언젠가 또 하나의 놀라운 해답이
아주 사소한 행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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