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만나는 것이 겁날 때

by 동이

어떤 날은 이유도 모르게 마음의 문이 굳게 닫힙니다. 분명 세상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는데,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납처럼 무겁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이라는 이름의 존재가 불러오는 낯선 두려움을 온몸으로 감지합니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이라, 스스로에게 '용기를 내자, 아무 일 없을 것이다'라고 수백 번 되뇌어 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의 의지는 단단한 벽이 되기를 원하지만, 타인의 시선은 그 벽을 투과해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같습니다. 그 바람 속에서는 익숙했던 나의 모습이 희미하고 위축되어 느껴집니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세상과 나 사이에 타인의 판단이라는 깨지지 않는 유리막이 생긴 듯한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 보이지 않는 벽 뒤에서 홀로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가장 깊은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우리가 겪는 이 두려움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일은, 불이 꺼진 극장에서 혼자 숨는 것만큼이나 고독하고 지난합니다. 안전한 집이라는 섬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의 삶은 늘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으로 채워져 있고, 우리는 매 순간 능숙하게 어울려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이 겁날 때의 마음은 그 모든 자연스러운 연결을 멈추게 만드는 불가해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발을 모두 묶어버린 듯한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는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가'라는 죄책감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지게 됩니다. '나는 왜 남들처럼 쉽게 관계를 맺지 못하는가'라는 자책은 두려움보다 더 아픈 채찍이 됩니다. 우리는 우리 안의 소극적인 그림자가 세상의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두려움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그저 내가 오해받거나 거절당할 것 같은 막연한 예감에 가깝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오늘 당장 감당하려 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잠시 혼자 있을 권리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외면하고, 억지로 활발한 척 웃으려 할 때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집니다. 그럴수록 내면의 그림자는 더 커져 우리를 삼키려 합니다. 우리는 이 감정의 파도를 헤쳐 나갈 용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절망을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 멈춤의 순간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이 만남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에게 '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너의 영혼을 보호하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가장 진실한 목소리입니다. 모든 외적인 의무감과 관계의 압박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존재의 가장 순수한 본질과 만납니다. 우리는 이 두려움을 마치 손님처럼, 아무런 판단 없이 그저 바라봐 주는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아, 지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하는구나'라고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은 지배력을 상당 부분 잃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억지로 싸우지 않고도 그 불안 속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발견합니다. 이 휴식은 수동적인 포기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가장 적극적이고 자비로운 행동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관계 개선책이 아니라, 그저 '지금 이대로의 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허락입니다.

이 불가해한 감정 속에서도, 우리의 심장은 변함없이 뛰고 우리의 폐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은 우리가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조차 우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은 존재 자체의 기적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두려움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는 그 감정과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우리는 그 감정을 껴안고 함께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마치 짐을 나누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가장 취약한 순간에 비로소 가장 강한 내면의 평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평화는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우리 영혼 깊은 곳에 뿌리내린 고요함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포옹할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낯선 눈빛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모든 싸움을 멈추고, 그저 자기 자신이라는 섬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 그것이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는 가장 깊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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