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야 하는데 계속 집착할 때

by 동이

우리는 가끔 이별을 통보받은 연인처럼, 이미 떠나가 버린 계절 앞에서 하염없이 옷깃을 여미곤 합니다. 분명 머리로는 이제 그만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심장은 그 지식 앞에서 낯선 아이처럼 떼를 쓰며 주저앉아버리죠. 우리의 집착은 바로 이 이성(理性)과 감성(感性)의 틈 사이에서 피어나는, 가장 고통스러운 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미련이라 불리기도 하고, 혹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삶의 숙제처럼 우리 어깨 위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짐의 무게는 우리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증명하는, 쓰라린 훈장과 같습니다. 우리는 그 훈장을 버리는 순간, 마치 과거의 모든 노력이 부정당할까 봐 두려워 쉽사리 놓아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집착은 우리를 현재에 묶어두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빛을 가려버리는 짙은 그림자처럼 느껴집니다.

집착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는 늘 헌신과 열정이 보석처럼 박혀 있습니다. 우리는 허무한 것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때 나의 전부였던 찬란한 시간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죠. 우리의 손에 쥐어진 그 집착의 파편은, 사실 당신이 얼마나 뜨겁게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물증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 집착을 단순히 '미련'이나 '버려야 할 습관'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탓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불공평한 일입니다. 당신이 그토록 놓지 못하는 것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당신의 순수했던 노력의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 역사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지워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당신의 삶의 한 페이지이자, 당신이라는 서사의 중요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소중했던 역사라도, 그것이 현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멈춰버린 시계처럼, 우리는 과거의 한 순간에 갇혀 미래로 나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소진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와 똑같은 생각, 똑같은 집착이 반복되며 우리의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을 느낍니다. 이 집착은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아서, 우리의 웃음과 활기를 희생시키며 그 존재를 굳건히 유지합니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바뀌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만 낡은 사진 속의 배경처럼 고립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진 채로 얼마나 더 오래 걸을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하게 물어볼 때가 되었습니다.

애써 그 집착을 끊어내려 발버둥 치는 대신,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에게 다정한 눈길을 건넬 차례입니다. "고생했어, 정말 잘 버텼어"라고 말해주며, 그동안 스스로를 탓했던 모든 날들을 용서해야 합니다. 그 집착의 무게를 인정하고, "그래, 너는 내 간절했던 마음이었지"라고 부드럽게 속삭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놓아주어야 할 것을 억지로 끊어내는 것은 때로 폭력과 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충분히 위로하고 안아준 뒤에 자연스럽게 멀어지도록 허락하는 것은 가장 큰 자기애(自己愛)의 표현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그 집착의 대상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과 에너지를 썼으니, 이제는 그 남은 모든 정성과 사랑을 오직 자신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합니다.

놓아주는 행위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해방을 향한 가장 용감한 선택이 됩니다. 그것은 단지 대상과의 연결을 끊는 것을 넘어,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현재의 당신을 구출해내는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손바닥을 펴고 그 집착을 마치 한 마리의 작은 새처럼 하늘로 띄워 보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문 너머에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훨씬 가볍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당신의 모습이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놓아줌으로써 당신은 그 집착이 차지했던 빈자리를, 고요함과 평안함이라는 가장 귀한 선물로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스스로에게 잠시 '자유로울 권리'를 허락하세요. 그 권리는 당신이 이룬 어떤 성공보다도 소중하며, 당신이 겪은 어떤 고통보다도 더 강력한 치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착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다시 당신 자신의 두 손 안에 온전히 되돌려 놓는 행위입니다. 이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직 당신만을 위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차례입니다. 그 모든 여정에 당신의 진심은 사라지지 않고, 오직 용기라는 이름으로 빛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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