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를 조급함에 쫓길 때

by 아는 언니

회사에서 축하할 일이 생기거나 업무가 바빴던 날에는 팀 회식을 한다. 1차에서 먼저 배를 채우고, 2차에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한 잔 기울일 때면 항상 팀장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다.


“윤정아 너는 다른 건 다 좋은데, 너무 급하다!”


성격이 급해서 검수고에서 뛰어다니고 “이거 할까요?”라고 물어보고선 대답도 듣지 않고 걸음부터 옮기는 내가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업무를 하길 바라시는 걸 테지. 그만큼 나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성격 급함, 무지하게!’이다.




언젠가부터 주위의 안정된 친구들을 보며 나는 늦은 거 같은데 라는 조바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안정된 직장에 취업할 수 있겠지?’ (이때가 이미 30대 후반이었기에 공부가 어렵다고 투정 부릴 수도, 친구를 만나서 신세 한탄을 할 수도 없었다. )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하면 이 가난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어느 순간부터 나를 다그치고 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부지런히 해서 차근차근 공기업을 이직하며 내가 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 투자도 시작해서 이제는 내 앞으로 된 집도, 자동차도 있다. 생각해 보면 5년 만에 이 모든 걸 이루었다. 그런데도 무언갈 열심히 해야 한다며 스스로 격려 플러스 다그침을 하고 있다. 평생 묵묵히 논을 가는 소처럼, 할머니가 되어서도 열심히 쟁기질하고 있을 거 같다.


타고난 성향 자체가 성취형이라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태도에 만족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하는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조금 더 효율적인 방식 혹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론 접근할 순 없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는 이런 질문을 나눌 만한 사람이 없어 혼자 고민하다 내려놓기를 반복할 때쯤 한 작가님의 강연에 우연히 참석하였다. 당신 안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들어 있기에 방법만 찾으면 당신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 강의였다. ‘말은 참 쉬워.’라고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었던 게 그 작가님은 실제로 각기 다른 3분야에서 정점을 찍으셨다.

성공에 가까워지기 위해 독서를 추천해 주셨는데 무작정 많이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읽고 난 뒤에 생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하셨다.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찾았던 게 관련 도서들이었다.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먼저 비슷해 보이는 주식을 샀고, 경매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면서 법원에도 구경을 갔다. 하지만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주가가 올라가는 걸 보기도 전에 주식을 팔았고, 내가 원하는 집이 나와도 낙찰가를 적게 써내서 패찰만 되었다. 그렇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공부가 부족해서 확신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더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답이 없는 난제를 만났을 때 회피하는 대신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덕분에 조금씩이지만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조급한 마음에 내 안을 새로운 것으로 채우며 행동에 옮기기에 급급했던 거 같다. 기존에 알던 것과 새로 배운 걸 섞어서 숙성시킬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새로운 유행에서 멀어질까 봐 쫓아가기에 바빴다.

만약에 내가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지점이 있었다면, 그래서 뚜렷한 질문을 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빠른 결과를 내야겠다는 조급함에 앞만 보고 달려갈 때가 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맹수가 쫓아오는 것 같은 느낌에 달리고만 있지는 않은지.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 숲 전체를 그리며 한 번만이라도 지도를 꺼내 보길 추천한다. 그 한 템포가, 잠깐의 쉼이 더 빠른 지름길을 알려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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