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이 힘드셨죠?
며칠째 소화가 되지 않아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께서 몸 여기저기를 눌러보시더니 상복부와 하복부, 목 뒤 등이 경직되어 있다고 하셨다. 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는 거 같다고. 귀가 얇은 난 바로
“맞아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목 뒤가 뻣뻣해지고 위가 움직임을 멈춰서 소화가 안 되는 거 같아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의사께서 침을 놓아주시곤 평소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라며,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나도 모르게 항상 긴장하고 있을 테니 의식적으로 힘을 빼야 한다고 처방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근래 나를 괴롭힌 스트레스 요인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이 마무리되어가는 상황에서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견을 제시했다가 아무런 개선 없이 마무리한 일, 같은 팀 대리님께서 무심코 농담으로 던지신 한마디, 중요한 약속들이 날짜가 계속 겹쳐서 거절한 일 등 여러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연속된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였을까? 결국 모든 일의 원인은 한 가지이지 않을까?
바로 ‘나’.
일을 더 벌였다가 성과 없이 끝났을 때, 안 해도 될 일 괜히 사서 고생했다며 나를 원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정작 나 혼자 주변에 피해를 줬다는 생각에 속앓이했다.
대리님께서 농담으로 던지신 한마디에는 ‘왜 저렇게 말씀하셨을까? 내가 부족해서 저렇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뱉으시는 건가? ’라고 고민했다.
언제든 중요한 일들이 동시에 생길 수 있다. 이때 어쩔 수 없이 거절해 놓고선 계속 신경 썼다.
결국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 어떻게 대처할지 내 선택에 달린 거였는데 나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 실수가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잘하고 싶었음에도 잘 풀리지 않은 거라면 내 실수라고 자책하지 말자. 설령 주변의 원망 어린 시선을 받더라도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안 하면 된다. 그리고 후에 누군가 똑같은 방법을 제시했을 때 나도 예전에 해봤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 농담을 했을 때, 그 농담이 재밌지도 않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 된다. ‘아, 저분은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그렇구나.’ 하고 흘려들으면 된다.
사회 경험이 적었던 20대 때는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왜 저런 이야기를 하지?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 아니면 지난번에 실수한 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건가?’라고 열 개도 넘는 질문의 답을 계속해서 찾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그 한마디를 한 상대방은 정작 기억도 못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심결에 던진 한마디에 스스로 개구리가 되어 돌을 맞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저 사람이 나에게 어떤 크기인지를 먼저 고민한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도 흘려듣지 않고, 만약 기분이 상했다면 대화를 통해 오해를 푼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내 어깨 위에 앉은 깃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후”하고 불고 털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절대 깃털 하나를 무거운 돌덩이처럼 이고 있지 말자.
중요한 약속의 날짜가 계속 겹치자 며칠을 붙잡고 고민했다. 이 약속은 참석하고 싶고, 저 약속은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고민이 길었다. 결국 지금이 아니면 못 할 일을 선택했고, 이때 거절한 약속에 대해선 미안해하지 말자.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뿐 거절한 이유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했으니 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이자 결국 내 속이 탈이 났다. 마음이 여린지 생각이 많은지 스트레스받는지도 모르고 끙끙대고 있는 주인이 불쌍해서 몸에서 신호를 준 것이다.
저녁이면 요가 클래스를 듣는데 마지막엔 눈을 감고 가빴던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정돈의 시간을 가진다. 이때 팔, 배, 다리 등을 토닥이며 나에게 말해준다.
“오늘도 수고했어.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정신없는 하루 보낸다고.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내 마음 덜 힘들게 보듬어 지킨다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래서 힘들었는지 결국 내가 제일 잘 알잖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 오늘도 잘했어! 정말 수고했어! 나한테는 네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