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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mi Oct 27. 2021

01. 건축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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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축을 지향한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건축에는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담는다. 


 건축은 한 개인이 타인과 따로, 또 같이 어울려 살게 하는 삶의 배경이다. 그래서 하나의 건축물에도 여러 인문학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며, 그러한 건축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건강한 자연환경과 실내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건축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는 건축은 잡지 표지를 장식할 만한 멋있는 외관, 지친 몸을 이끌고 주말에 찾아가  SNS에 업로드 시킬만한 힙한 실내 공간을 가진 '美(아름다움)'을 가진 건축이다.  

 하지만 ‘美’라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공간을 만드는 입장에선 주변 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설계할 수 있도록 ‘건축 미’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찾아야했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기준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이었다. 

 우선적으로 매스를 잡고 초기 디자인을 할 때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을 우선적으로 하고, 그 다음으로 재실자의 입장이 되어 공간을 이용하는데 있어 편하고, 그 곳이 예쁜 공간이 되도록 벽을 올리고 창을 내는 것이 내가 설계를 하는 순서이자 방법이다. 


 큰 덩어리에서 작게작게 쪼개며 공간을 구성하는 것. 그 큰 덩어리에서 부터 내 건축 철학이 크게 묻어날 수 있게 시작하는 것. 그래서 작은 덩어리들에도 자연스럽게 그것이 묻어있는 것.



후반부의 작업에선 절대적으로 아름다울 수 없고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들을 기준으로 한다. 내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이 매력적이고 재밌는 것 같다.

 물론 내 감각에 의심이 될 땐 열등감을 느끼거나 설계에 권태기를 겪곤 한다. 그래서 꾸준히 보는 눈을 키우고 감각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 좋아하는 것들(주로 그림을 보고 그리고, 글을 읽고 쓴다.)을 하면서 건축과 연결시키려 하고, 생각을 확장 시키려는 게 그 노력들이다. 


 한가지 재밌는 연결을 얘기하자면,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보다가 한 문장에 눈길이 머문 적이 있었다. ‘어리눅은 표정을 지었다.’ 라는 문장이었다. 보통 ‘어리숙한’이란 단어가 더 익숙해서 그런지 어리눅은 표정은 어떤 걸까, 생각하면서 그 단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ㄴ과 ㅅ의 차이로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는 그 단어가 신기했다. 선 하나의 차이로 전혀 다른 느낌을 낼 수 있고, 상황(공간)에 더 어울리는 선을 찾아서 적합한 느낌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설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소설과 설계 모두 인간에 대한 따듯한 이해가 있어야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사소한 것에서 이상하게 건축과 엮어보기도 하지만(선이 쓰이는 방법에 대한 비교와 같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생활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사람에 대한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지려 한다. 여러 분야에서 건축을 겹쳐보면서, 다양한 시선을 갖고 싶다. 그것이 인문학적 소양이 되고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다양한 사람들을 더 잘 어우르게 할 수 있는 건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또 그러한 건축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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