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가는 길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탔다. 런던, 서울, 도쿄, 마닐라, 샌프란시스코... 도시가 주욱 나열된 유니클로 에코백. 스트라이프 셔프에 노란 장갑. 가볍게 인사하며 마주한 기사님도 같았다. 하물며 자리까지 똑같던 거 있지.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빗소리. 살짝 나른한 나조차도 몇 시간 전과 달라진 바 없어서 괜스레 들떴다. 편하지도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은 좌석에 앉아 비스듬히 머리를 기대었다. 술기운에 내쉬는 숨에는 상념이 딸려 나오기 마련이다.
‘방금 전 도롯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물꽃놀이를 봤는데... 땅에 우수수 터지는 빗물이 마치 물꽃처럼 보였어. 폭죽보다 친환경적이고 아름답네. 나는 이제부터 힘차게 낙하하는 물꽃을 보고 환호해야지...’
생각을 비집고 제멋대로 잠이 찾아 들었고, 틈이 벌어진 차창은 숨이라도 쉬는 듯 덜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