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이틀 차. 무심코 방문한 오토바이 커피집에서의 인연. 모카 포트로 직접 내려주는 커피가 아주 찐하고 달콤했다. 매일 아침 올드타운 길 모퉁이에 오토바이를 대고. 음악을 크게 틀고. 낮은 접이식 스툴과 테이블을 펴는 것으로 장사가 시작된다. 겨우 선풍기 하나. 자리는 기껏해야 너댓 개. 붐비는 듯 한산한 그 오토바이 커피집은 맑은 자유가 자욱했다.
며칠을 내내 갔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옆 자리에 앉은 행인과 각자의 이야기를 구태여 전하고 들었다. 한날은 그곳에서 만난 캐나다인 아저씨를 다른 카페에서 마주쳐 무척 반가웠던 적도 있다. 이곳에서 머뭇거림은 ‘낭비’였다.
여행 갈무리에 다시 한번 맨의 오토바이로 향했다. 나를 알아보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별안간 속사포처럼 말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오늘이 여행 마지막 날이며. 님만에 있다가 이 커피가 너무 그리워서 왔다고. 낯선 도시에서 보름을 사는 게 나에게는 꽤나 힘들었는데 당신의 커피 한 잔이 얼마나 안락했는지 모른다고. 잔잔한 미소를 띄고 유심히 듣던 그는 연거푸 고맙다고 말하며 유리병 하나를 선뜻 건넸다. 치앙마이산 원두. 문득 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러 치앙마이에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커피를 마시는데 맨이 지나가는 리어카를 붙잡고 손님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겠다고 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쇼콜라 시럽.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구애 없이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번갈아 맛보았다.
순간 맨이 선언하듯 말했다. 길가에서 커피를 만들면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어쩌면 흔한 말. 하지만 그 은빛 오토바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알게 된다. 무엇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