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13기 챌린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번 가을학기가 다음 주면 마무리된다. 참 바빴고 정신없었던 학기였다. 교수님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내 업무가 되면서 코스웍 (coursework)과 병행하느라 참 힘들었기도 했고, 코스웍 자체도 이번 학기에 다른 단과대학교에서 완전히 다른 수업을 듣느라 과제 양도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중간에 한국어 수업과정도 시작하느라고 커리큘럼 짜랴, 수업준비하랴, 이런저런 역할을 수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었다.
사실 10월 중순, 학생으로서, 조교로서, 교사로서 따라오는 많은 책임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는지, 무엇에 홀린 것처럼 나는 학교의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예약을 잡았었다. 바로 그다음 날 상담선생님은 어떤 일로 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저 ‘좀 힘들어서요'라고 말하고 엉엉 울었다. 교수님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코스웍도, 한국어 수업도,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 감사한 일이지만, 중압감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짧은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터덜터덜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했다. 남편하고 떡볶이를 해 먹을까, 강아지와 산책을 갈까, 친구들과 술을 마실까. 그런데 그 순간 내가 그리워하는 느낌 또는 감정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느낌은 바로, 여름동안 매일 글을 쓰고, 내가 촬영한 영상과 함께 편집해서 영상에세이를 만들었을 때 느꼈던 기분. 뭔가 나의 생각을 끄집어내서 밖으로 표현하고, 나의 마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던 것 같았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면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 학기 시작하면서 일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창작과정은 사치로 느껴졌고, 내 마음상태를 확인하지 못한 채 그저 달리기만 했던 거다. 마치 다리가 삔 상태로 마라톤을 뛴 것과 비슷하게.
영상은 못 만드니, 그날부터 일기를 하루하루 쓰기 시작했고 내 마음은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글을 쓰고, 화나면 화났다고 글을 쓰니, 나의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또 바빠지면 또 글쓰기를 사치로 여겨지게 되다 보니, 이번 글쓰기 20일 챌린지를 시작으로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