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13기 챌린지] 아주 평범한 어느 날
정말 너무나도 바빴던 23년도 가을학기가 막을 내렸다. 내 석사 프로그램은 코스웍도 상당히 많고, 지금 지도교수와 작업하는 연구프로젝트도 꽤 규모가 큰 지라 참 정신없는 네 달을 보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좀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자 대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예약했건만, 상담이 필요한 대학생들이 너무 많았던지 오늘 드디어 상담을 간다 ㅋㅋ 학기 다 끝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는데 상담을 가다니, 가서 뭐를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어제 모든 과제를 다 제출하고, 종강 기념으로 닭백숙을 해서 남편과 먹었다. 남편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나는 주방정리를 하고, 깨끗해진 주방을 보고 난 후 남편과 나는 소파에 앉아서 우리가 새로 시작한 드라마 Fargo 두 번째 에피소드를 틀었다. 드라마에서는 눈이 많이 내려 세상이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겨울 미네소타 주의 풍경이 나왔고, 티브이 바로 옆에는 우리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가 반짝이고 있었다. 나랑 남편은 우리 시어머니가 만들어준 크고 두꺼운 담요 아래에서 서로의 왼쪽 팔과 오른쪽 팔을 둘러 안고 있었고, 우리 소파 옆의 환기구로 올라오는 난로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면서 몸의 모든 긴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정말 아늑하다.”
존재해서 다행이다. 이 넘치는 아늑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