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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의 사소한 긁적임 Dec 27. 2023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우리 부부는요

It's a Wonderful Life <멋진 인생> 추천해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항상 요리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스테이크와 파스타. 


사실 굉장히 진부한 서양 저녁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만 서도, 우리 부부는 이 저녁 식사를 장대하게 차리기 위해서 이브날 아침부터 준비를 한다. 메뉴 구성을 하고 장 볼 리스트를 계획한 다음에, 오전에 장을 보러 간다. 그리고 1년 동안 장을 봐오면서 눈여겨봤던 스테이크를 집어든다. 항상 지나치면서 우리 둘이 “이건 크리스마스 이브날 먹자"했던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그리고 샐러드 야채나 파스타에 넣을 치즈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오늘은 뉴욕스트립으로 히히 ^^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오후에 크리스마스 클레이메이션을 본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에는 빈티지 클레이메이션의 감성을 이길 자가 없다. 1964년에 나온 Rudolph the Rednose Reindeer (빨간 코 사슴 루돌프)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게, 크리스마스의 매력은 선물도 아니고, 트리도 아니고, 변하지 않는 크리스마스 정신 (Christmas spirit)에 있는 것 같다. 사랑, 가족, 동정애, 나눔, 등. 정말 타임리스 그 자체다.

크리스마스에 클레이메이션 추천!

아무튼, 오후 5시 반이 되면 우리는 업무분장을 한다. 내가 파스타를 담당할 테니 너는 스테이크를 담당하거라. 파스타 물을 올리는 동안 남편은 고기에 간을 한다. 파스타의 풍미는 파슬리에서 나오니까 미리 파슬리 잎을 정리해서 착착 썰어준다. 내가 올리브오일에 마늘과 조개들을 넣어서 볶는 동안 남편은 스테이크를 뒤집었다. 와!!! 바삭하게 튀겨진 고기가 너무 아름답다. 나라면 성질 급해서 고기를 뒤집뒤집 했을 텐데 ㅋㅋ 남편의 인내심을 칭찬하고 남편의 어깨가 불쑥 올라가는 게 보인다.

뷰티풀

파스타를 소스에 넣어 휘저으면서 우리는 이번 24일이 같이 보내는 10번째 24일인데, 정말 단 한 번도 그렇게 비슷한 적이 없다고 얘기한다. 재작년 24일, 작년 24일, 올해 24일 모두 비슷한 음식을 요리하고 먹는데도 정말 하나같이 다 다른 것 같다고, 왜 그럴까?라는 질문은 지난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이번 해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도 했고, 새로운 일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새로운 감정까지 따라오게 되니까, 지금 요리하면서 만나는 우리 자신이 조금씩 달라서 그런 거 아닐까? 

홍합 파스타 너무 맛있어요

남편의 알람이 울린다. 스테이크 레스팅이 끝났고 이제 자를 때가 되었다. 매년 찾아오는 순간이지만 스테이크 자를 때는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하다. 이 스테이크가 미디엄레어일까 웰던일까. 남편의 칼이 스르륵 고기에 들어가고 단면이 보이는 순간, 와! 핑크다! 작년보다 조금 더 잘 된 것 같은데? 역시, 고기온도계를 사길 잘했다. 

츄릅

고기를 예쁜 크리스마스 접시에 놓고, 파스타도 옆에 올린다. 샐러드도 준비해서 발사믹과 올리브오일을 뿌린다. 파스타를 후루룩 입에 넣고 올리브오일로 반짝거리는 입술로 남편은 “음~~~~~~” 말한다. 조개에서 나온 육수랑 올리브오일과 파슬리가 잘 어우러져서 파스타가 너무 맛있다. 크림스파게티보다 이게 훨씬 더 맛있는 것 같다. 작년에도 이 말했었던 것 같은데.

호야는 어김없이 음식부스러기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식탁 옆에 조용히 있는다. 아른거리는 눈빛으로 스테이크를 구걸하지만 안 돼, 호야. 너한테 너무 짜. 작년에도 못 먹었잖아, 기억 안 나? 

젭알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우리의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식사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피날레로 나와 남편은 트리 전등을 켜고 소파에 앉아 담요를 덮은 다음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를 시작한다. 1946년 작, It’s a Wonderful Life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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