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아내에게 오늘 일기 제목은 "생활자금대출이 막혔다"라고 했더니 아내가 던진 말이다.
오전에 아내를 네일샾에 내려주고 인근 국민은행에 들러 생활자금대출을 알아보았다.
전세대출이 막혔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에 대출을 확인하러 갔다. 당연히 될 거라 생각하며 상담을 받던 중
2 주택 이상자는 6월 29일 부동산대책으로 생활자금대출도 막혔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일주일 전 임대주택을 자동말소 후 매도하면 양도세 혜택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 부부는 들떠있었다.
그럼 2년 후 임대주택을 팔면 현금이 들어오니 1년 정도는 대출을 받아 생활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내에게 그동안 너무 고생했으니 직장을 그만두라며 큰소리를 쳤다.
내년에 대출을 받아 주택이 팔릴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했다. 그동안 못했던 해외여행도 하자며
모처럼 백수 가장으로서 체면이 서는 것 같았다.
그러다 오늘 생활자금대출은 막혀 신용대출만 가능하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 성격에 그런 대출은 받을 수 없다며 카페에서 머리를 맞대다 낙담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무슨 자랑인양 그런 제목을 쓴다고 하니 창피하다며 참았던 실망감이 폭발한 것이었다.
나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내의 반응이었다. 그만큼 아내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기대에 부풀었던 것 같다.
작년까지는 아내가 가끔 던졌던 말이었지만 올해는 처음이어서 나도 놀랐다.
엊그제 우리 거주주택은 비과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도 크게 실망했었는데 연이은 타격이었다.
이러면 일주일 간 들떴던 생각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신용대출받아 이자 좀 더내면 된다며 대범한 척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세상 일이 뭐 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이것 또한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지나고 보면 행복한 순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