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쓰지?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어제 카페에서 아내가 내 브런치 글을 읽고 살짝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신이 났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오늘은 뭘 쓰지?"

난 뭐든 쓸 수 있다는 허세와 글쓰기가 정말 재밌게 느껴져 뭐든 써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마치 식탐 많은 사람이 "오늘은 뭘 먹지? 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 같았다.

배가 고프면 뭐든 맛있게 먹듯이, 무슨 꼬투리라도 재밌게 쓸 수 있을 기세였다.


항상 마지못해 브런치 일기를 읽던 아내가 내 글에 흥미를 보이자 뿌듯함이 올라왔다.

별일 없는 중년 부부 일상에 응원 댓글을 달아 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도 크게 한몫했다.

내가 좋아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미소를 머금게 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이 기분이 뭔지 막연하던 차에 어제저녁 방송에서 고명환 씨 얘기를 들으며 유레카를 외쳤다.

인간은 소비하는 것보단 생산하는 것에서 더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생산이라면 창작활동도 일종의 생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그림과 글들만큼 나에게 기쁨과 힐링을 제공하는 생산품들은 없는 것 같다.

몰입하여 생산하는 과정이 즐겁고 그 완성품들을 감상하는 만족감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창조주가 인간과 만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듯이, 우리가 만든 창작물만큼 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순간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림을 중단한 것도, 글쓰기를 떳떳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가 일하고 아이들은 대학생인데 가장이 이러고 있어도 되는지에 대한 부담감이다.

나보다 그림을 훨씬 더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는 사실에 낙심도 있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고, 더 잘나고 행복한 삶은 어디에 있는가?

그냥 "오늘은 뭘 쓰지?" 할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하며 뭐라도 쓰고 싶어진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