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며칠 전 방송에서 어느 분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낯설게 들렸는데 찬찬히 내 결혼생활을 돌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부부가 함께 수많은 인생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도 아내를 변함없이 고마워하며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아내의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결정적 고비마다 아내의 판단과 조언 덕분에 지금의 우리 가정이 만들어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을 만큼 아내에게 감탄한 사건이 있었다. 연애를 막 시작해서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시기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내 가장 큰 골칫거리는 새로 산 아파트 등기 문제였다. IMF때 집안이 풍비박산된 후 갑자기 재건축조합 아파트를 떠안는 바람에 몇 년 간 등기를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등기를 하려다 보니
등기소에서 그 당시 재건축 조합장에게 모든 서류에 인감을 받아 오라는 것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을 드렸으나 시간이 너무 흘러 자신이 해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몇 번을 간청해도
거절해서 애가 타고 있었는데 몇 개월 후 오라는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갔더니 친절하게 모든
서류에 도장을 찍어줘 무사히 등기를 마칠 수 있었다. 결혼 후 알게 되었는데 내 고민을 듣던 지금의 아내가
그분께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그분이 강남 대형교회 장로라는 사실을 알고, 전도 중인 남편 될 사람이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달라고 보냈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이 힘들 때 아무렇지 않게 결혼패물들을 다 갖다 팔았을 때도, 주변 엄마들 교육열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 소신을 지켜나갈 때도,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와 건물주 명도소송 등 수많은 난관들을 극복해 나갈 때도, 아이들의 학창 시절이 엄마의 사랑으로 채워지도록 끝까지 믿고 기다려줬을 때도..
그 모든 과정들은 인생 문제들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느냐가 오늘의 결과물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내게 없는 것에 끌렸다면 아마도 아내의 담대한 문제 해결 능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