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오늘은 점심때 아내와 가든파이브를 들렸다 성수동에 가서 쇼핑을 했다.
어제 현대아울렛에서 산 아내 재킷을 환불하고 다른 옷을 사러 다녀야했다. 살 때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망설였는데, 내가 적극 권유를 하는 바람에 산 옷이었다. 집에 와서도 계속 고민을 하더니 결국
바꾸러 갔다. 역시 아내 옷 살 때는 절대 훈수를 둬서는 안된다. 자기 맘에 100% 들지 않으면 절대 사지
않는 것이 아내의 쇼핑 철칙이기 때문이다.
뭐든 워낙 까다롭게 고르다 보니 옷 하나를 살 때도 쉽지 않다. 평범하지 않고 톡특하면서, 질도 좋고
가격이 적당하고, 자신과 어울릴 때만 가격을 지불한다. 웬만해선 사지 않는 성격을 알기에, 어쩌다 뭔가를
선택하면 무조건 박수를 보낸다. 오늘은 이렇게 깐깐한 여자의 남편이란 사실이 영광스러울지경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첫 데이트에서 프러포즈를 한 이상한 아저씨를 따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어쩌면 나도 나름 까다로웠기에 그 나이까지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평일이라 한가할 줄 알았던 성수동이 불야성이어서 놀랐다. 서울숲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영동대교
남단까지 재킷을 찾아 헤맸지만 역시 없었다. 늘 가던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로 위안을 하고 어두워져
돌아왔다. 덕분에 어제 이어 오늘도 내 옷들만 잔뜩 찾아 주었다.
요즘 내 맘이 불편하고 잠을 설쳤던 이유를 찾아보았다. 결국 내 욕심 때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은, 다 내 욕심이 채워지지 않을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믿기지 않을 축복 속에서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무언가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지 안타깝다.
얼마나 더 보여줘야 내 마음속 불안이 사라지고,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의 이런 연약함을 불쌍히 여기셔서, 예배 자리로 나갈 수 있는 축복을 내려주셨는지도 모른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사망에 이른다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