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상태인지를 요즘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개인적인 일과 몸 컨디션까지 안 좋아지자 이삼일 간격으로 쓰던 일기마저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신이 나약해서인지, 신경 쓸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면 잠을 못 자 면역력이 떨어진다.
주사성 피부염은 확실히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어성초환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가 어제
다시 신경을 썼더니 오늘 아침 다시 올라왔다.
결국 어머님 집은 팔지 않기로 했다. 작은형 네의 어리석은 행동들 때문에 어머님 마음도 돌아섰다.
받은 은혜를 감사할 줄 모르면 더 이상 감사할 일이 생길 수 없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브런치 서랍 속에 쓰다 만 일기들을 꺼내어 오늘 일기를 붙여 본다.
아내가 일을 그만둔 후 종일 붙어 있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적어진 이유도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어느 정도 평안하고, 어쩌면 가장 행복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내와 전철을 타고 성수동에 다녀왔다. 새 가족모임 간식 가방을 사러 갔다가 결국 카페에
앉아 쿠팡 주문을 했다. 주말엔 엄두가 나지 않던 능동미나리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 2층 창가에서
햇볕에 등을 말리며 한참 동안 앉아있었다. 케이크 한 조각과 라테 한잔을 시켜 놓고 수다와 핸드폰을
번갈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매의 눈으로 수제화
공장을 찾아들어간 아내가 멋진 부츠를 싼 가격에 사기도 했다.
내일이면 그동안 진행했던 두 가지 일이 모두 마무리 된다. 무사히 잘 매듭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나는 가정 경제 일이고, 다른 하나는 본가 문제이다. 언제나 내 생각보다는 하나님 은혜로 됨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내 글들은 깊게 숨겨진 내 욕망들을 찾아 꺼내 놓는 도구인지도 모른다.
넘치고 있음에도 더하려는 욕심은 없었는지, 평안하지 못했던 이유들을 끄집어내 말려야 한다.
평안은 내 욕심을 퍼 내어야 비로소 흘러들어온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