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일과 새벽 기도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아내와 성수동에 있는 스케줄성수에 다녀왔다.

1월 6일 아내의 생일이자, 신년 특별새벽기도회 이틀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어제부터 신년 특새를 시작했다. 올해는 "오깨의 신앙"이란 제목으로 깨어짐, 깨달음, 깨어있음,

깨끗함, 깨부숨으로 진행된다. 오늘은 깨달음에 관한 말씀이었다. 하나님의 선하심, 거룩함, 자비로움의 성품을 닮으려 할 때, 성경과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아내는 생일날에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매번 그냥 넘어가기 미안해 모처럼 예약을 해두었다.

여행을 가려 했지만, 아내가 싫다고 했다. 좀 더 여유 있을 때 마음 편하게 가자는 것이다.

요즘 대출을 알아보고 있어, 살짝 긴장이 되긴 한다. 돌아오며 서울 숲을 지나는데, 아내가 생일날 돈 걱정할 줄 누가 알았냐며 투덜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서 이 순간이 더 행복한 거라며 내 오랜 주장을

펼쳤다. 아내는 자꾸 가스라이팅하지 말라고 내 손을 힘차게 흔들며 주차장으로 걸었다.


집에 돌아와 나는 거실에서 글을 쓰고, 아내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오후 늦게 막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두 딸들이 어수선하다. 잠시 후 아내가 부엌으로 나오자, 아이들이

엄마 생일 축하한다며 선물과 꽃다발을 식탁 위에 쏟아냈다. 우리 외출 후 큰 딸은 선물을 사 오고,

동생은 학교에서 오다 꽃다발을 준비했던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엄마 퇴사기념도 있어 더 힘을 줬다고 한다. 무슨 기념일이 되서야 딸들 잘 키운 보람과 행복을 깨닫는 내 모습이 어리둥절하다.


딸들이 준 생일 카드를 함께 읽고, 아내가 모아둔 아이들이 준 카드함을 열어 하나씩 다시 펼쳐 보았다.

내 생일날 받은 최근 카드들은 내가 보관하고 있어, 아내에게 갖다 주며 함께 다시 읽었다.

엄마 생일만 이렇게 많은 선물을 해준다며 투덜댔던 조금 전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아내도 놀랄 만큼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편지를 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다 이렇게 과분한 딸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한번 더 자신있게 아내에게 말했다. 어때, 돈 없어도 엄청 행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