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엊그제 작년 연말부터 진행했던 두 가지 집안일이 잘 마무리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안한 주일 저녁이다. 그동안 고민했던 일들을 이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아내와 카페 수다에서 나온 말들에서 실마리를 찾아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내의 문제해결 능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여러 난관들에 봉착하기도 했으나 끝까지 침착하게

해결해 나가는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제는 큰 아이와 조카가 저녁 늦게 청도에서 돌아와 인천공항으로 픽업을 나갔다.

공항 주차장을 바로 못 찾아 헤매면서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난 아닌 것 같았는데 아내가 공항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상해를 오갈 때 김포공항 국제선 주차장을 이용했던 것과

헛갈린 것이다. 아내가 확신하며 내 기억력을 뭐라 했던 것이 억울해, 그런 행동을 지적했더니 화를 냈다.

같이 헛갈리고 잘 찾아 들어왔는데 굳이 자신 탓을 하냐는 것이었다.


중년 이후 말다툼은 대부분 이런 이유였다. 아내가 확신하며 나에게 뭐라 했다가 내 기억이 맞는 경우이다.

그럼 난 억울한 마음에 항상 이런 상황에서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신기한 건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언제나 같은 결말이라는 것이다. 아내는 자신의 착각을 비난하는

나에게 화가 나는 것 같다. 평상시 나에게 모든 걸 맞추며 살다 보니, 내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원망하면

속이 상하는 것 같다. 지나간 실수를 구태여 들추어내려는 속 좁은 내가 문제이기도 하다.


삐져 돌아 앉은 아내에게 결국 사과를 하고 아이들을 반갑게 맞을 수 있었다.

오늘 주일 말씀은 "우리가 참여할 신의 성품"이었다. 말씀 가운데 소개해 주신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라는 책 제목이 와닿았다. 똑똑함은 자신을 위한 것이고, 다정함은 타인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아내가 서운했던 것은 아마도 다정하지 못하게 아내를 비난했기 때문일 것이다.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