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오후에 학동공원으로 운동을 나갔다.

집에만 있는 날에는 뭔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권태로움인지, 아니면 몸에서 행복 호르몬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내나 아이들은 종일 방에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럴 땐 무조건 집 밖을 나와 공원으로 향한다. 공원을 몇 바퀴 돌면서 평행봉과 철봉, 역기를 들고 나면

나아진다. 상쾌한 기분이 되어 내려오다 논현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나면 한결 좋아진다.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책을 읽으니 배가 고파 집 가는 길에 치킨뱅이를 사갈까 했다.

혹시나 하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내의 톡이 와있다. 떡볶이 해놨으니 빨리 집에 오라는 것이다.

어찌나 반가운지 답장을 하고 바로 일어섰다. 나를 위해 누군가 음식을 만들어 놓고 기다린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감격스러웠다. 어딘가 한구석 허기졌던 중년 마음을 꽉 채워 주는 것 같았다.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가 맛있다며 떡볶이를 두 그릇이나 먹어버렸다.


오늘 마침 읽은 책이 일본 정신과의사의 책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무언가에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정도와 양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의존하며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존할 대상을 되도록 많이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너무 한두 가지에 빠지면 의존증이

되어 불행질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공원 산책과 일기 쓰기, 책 읽기,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의존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런 것을 할 때 즐거움이 찾아오고, 그들에게서 평안함을 느낀다.


떡볶이 매운맛은 도파민을, 아내의 정성에서 세로토닌을 제공받아 충만한 하루가 된 것 같다.

무언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자연스러운 본능임을 받아들여겠다.

내가 의존하며 행복해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의존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때 더 행복해진다.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삶은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 가족들과 부모형제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