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벽오동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드디어 담양 벽오동에 다녀왔다. 15000원짜리 점심을 먹으러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야 했다.

지난번 여행에서 숙소 근처라 우연히 갔던 벽오동 한정식집에 반해 아내가 다시 가보고 싶어 했다.

지난주 교회에서 정읍 장례식장을 가야 해서, 아내를 따라가 담양에서 자고 올 계획을 하다 틀어져 발동이

걸렸다. 그냥 우리 둘이 담양 여행을 떠나자며 월요일 숙박 예약을 했다. 어제 아침 일어나 사과 한쪽을

나눠먹고 달려가 오후 2시경 도착해 옛 추억을 되새기며 맛있는 한 끼를 했다.


여름에 덥다며 패스했던 죽녹원 산책을 한가롭게 하고 카페를 찾아다니다 더하루란 카페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수족관 물고기들과 규모에 놀랐고, 다음은 좋은 스피커 소리와 갑자기 시작된 음악 조명쇼를

감상하며 놀랐다. 열심히 찾은 브라운도트 호텔도 깨끗하고 시설이 좋아 만족했고, 아침에 간단한 조식을

먹고 전주로 출발했다. 전주 포랩스커피는 커피와 빵맛이 일품이어서 한참을 머무르며 성경 통독을 했다.

아내가 찾아낸 전주 두거리우신탕도 벽오동 못지않은 가성비와 지역 맛집이었다.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떠나는 것이 합리적이지 못하게 느껴졌지만, 역시 바보스런 수고를 기꺼이 할 때

더 큰 보람과 즐거움이 찾아왔다. 가는 곳마다 음식과 카페 분위기가 좋았고, 특히 숙소가 기대 이상이었다. 전주로 오는 길 흩날리던 눈발도 운치 있었고, 포랩스 카페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명당자리에 앉아 창밖

인공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두거리우신탕과 솥밥을 배불리 먹고 서울로

올라오며 이번 코스로 한번 더 내려와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부모로서 의무도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우리 둘만의 생활을 하자고 했다.

아이들 걱정을 하다 보면 끝이 없지만, 그들의 행복과 자립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자녀들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교육은 부모의 행복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이제부터는 더 우리 부부만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아내와 다니는 것이 재밌다 보니, 어쩌다 보자는 친구들 모임조차 가기 싫어지는 중년이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