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의 시간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막내 수업도 휴강이었고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 한가한 금요일이었다.

광화문 BTS공연 때문에 학교 버스 노선이 없어졌는데, 마침 오늘 학과 MT여서 휴강이 되었다고 한다.

막내가 휴학을 하고도 벌써 4학년이 되었다. 이번 학기 수업들을 잘 못 잡았다고 해서, 휴학을 하라했는데

그냥 다닐 모양이다. 다시 안 올 대학생활을 충분히 즐기면서 천천히 졸업을 해도 괜찮다고 다.

큰 딸은 교환학생을 다녀와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휴학을 했다고 한다.


어제 아이에게 듣고, 오늘 남양주 드라이브를 가며 아내에게 말했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대학 입시 때 수시원서를 어디 썼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어쩌면 우리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나도 아이들 대학 생활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잡아두고

싶은 심정이다. 예전 능내리 산책을 하며 찍었던 사진들과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찾아갔다.

그 당시 갔던 "바라보다", "능내리" 카페들은 문을 닫았고, 재 오픈한 봉쥬르만 성업 중이었다.


2022년 4월 봄이 아름다운 기억인 건, 막내까지 대학 입학을 한 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큰 딸 대학 합격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막내가 입학했으니 말이다. 그런 시간들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다들 마지막 아쉬움을 붙잡고 있는 듯하다. 25년 전 초가집 봉쥬르에서 데이트를 했었는데, 지금은

우리 가정만큼이나 커진 규모가 되어 있었다. 그때는 작고 허름했어도 꿈이 있어 좋았고, 오늘날 제법

커져 보람과 평안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도 더할 나위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어리석은 불만으로 아내와 투닥거린다.

오늘은 봉쥬르 라떼가 예상대로 별로라며 투덜대다 아내에게 책망을 들어야 했다.

당장 자신의 음료로 바꿔주며, 이 행복한 시간에 왜 그런 투정을 하냐는 것이다. 이번 주 암송이

"성경은 교훈과 책망,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였다. 참.. 배움과 행동이 따로 논다.

내가 안타까워 한 봉쥬르 커피 맛이, 바로 내 삶의 불평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