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시간이 너무 빠르다. 어제는 2개월 전 예약한 순천향병원 심장내과를 다녀왔다.
2022년 6월 어머님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
다행히 심장 스탠트시술을 받고 회복되셨으나, 다른 혈관도 95% 이상 막혀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그 이후 4년 가까이 내가 삼 개월에 한 번씩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닌다. 계속 혈관약을 드셔야 하는데
삼사개월치만 처방해 준다. 다음 예약 날짜를 잡을 땐 멀어 보여도 금방 닥친다.
올 초 담당 의사분이 바뀌면서 나머지 막혀있는 곳을 시술하자고 했다. 우리가 망설이자 2개월 후
정밀 검사 후 결정하자고 한 것이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가 좋아 이번엔 어머님 의견을 물었다.
어머니께서 이 나이에 위험한 시술을 받느니 이대로 살다 죽겠다며 안 하고 싶다고 하셨다.
기존 주치의가 연세가 많고 위험한 곳이라며 시술을 강요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순천향병원은 내가 다녀본 대학병원 중 가장 친절하고 의사분들도 좋은 것 같다.
병원을 나와 강남역 큰 형 사업장에 가서 다 함께 식사를 했다. 커피를 마시며 작은 형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들을 토로했다. 작은 형수가 아흔 다된 시어머니 집에 몇년 전 밀고 들어와 어머님을 힘들게 하고 있다. 어머님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노인정에 계시는데 자신들이 쓴 공과금조차 안내고 있다.
평생 뒷바라지해주고 말년에 집까지 내어 준 어머님 은혜를 모른다.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들은
가난해지는 것 같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작은형에 대한 미움도 원인일 것이다.
그런 어머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불안하다. 오늘 아침 일찍 어머님 부재중 전화가 와있어 계속 전화를
걸어도 통화중이었다. 내가 안받아 큰형과 통화를 할 거란 상상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작은 형수와 뭔 일이 생겼나 싶어 옷을 입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서야 통화가 되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
당신 나이 오십에 아버님 유산을 모두 삼형제 앞으로 해놓고, 말년을 그렇게 쓸쓸히 지내시는 것이 안타깝다.
못난 자식 둔 어머님 업보라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며 위로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