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3
"띵-동"
하고 초인종이 울린다.
천천히 현관문을 열어본다.
택배기사는 떠나서 이미 없다.
옆을 둘러보니 초인종 밑에 어떤 바스락 거리는 물체가 놓여 있었다.
어제 주문한 물건이 도착했나 보다.
바스락 거리는 물체를 좁은 집으로 옮긴다.
-좁은 집에 살지만, 있는 것이 없어 그 집은 하염없이 넓어 보인다.-
그 물체를 바닥에 놓았다.
그 물체는 택배 전용 비닐봉지와 그 안에 들어있는 박스로 이루어져 있다.
택배 전용 비닐봉지는 손으로 찢기지 않을 정도의 세기,
때문에 조금 자란 손톱을 넣어 한번에 찢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잘 안 뜯기는 비닐봉지를 힘으로 막 찢으며
이빨도 사용해 보고, 손톱도 사용해 보고, 손으로 잡아
뜯어도 보며, 게걸스럽게, 거추장하게
포장지를 뜯고 있는 나를 인식한다면 가끔 내가
한심해질 때가 있다
나의 시점은 3인칭 시점으로 바뀌어버리고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럼 시끌벅적했다고 느껴졌던 좁은 방은 고요해지고
나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한의 소리만이 남는다.
그래서 결국 포장지를 다 뜯어버리고 나면 그 안에 박스가 하나 있다.
물론 그 박스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그 박스를 열어보면, 내가 필요했고 사용하려 했던 물건 하나를 얻게 된다.
원하는 물건 하나를 얻고 나면 이제는 포장지를 뜯은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목표는 바뀐 지 오래다.
사실 그 물건을 샀던 것도 다시 그 시간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이미 물건을 고르던 시간에 묻혀버렸다.
아마, 곧, 난 내가 한심하다고 느꼈던 그 시간을 찾기 위해 다시 물건을 주문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다시 잊어버릴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을 수도 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시간을 써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찾기 위해 다시 시간을 쓰고
다시 그 시간을 찾기 위해 시간을 썼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 시간에 만족을 못하고 항상 지나간 시간에 후회를 해왔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런 후회를 다시 할 것이다.
컴퓨터를 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간다.
그러곤, 정말 필요해 보이는 물건들을 차례차례대로 검색하고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해는 수평선을 넘어가고 창문 밖은 어두워진다.
드디어 구매했다.
내일 올 물건을 기대하며 잠에 든다.
부스럭거리는 이불을 덮고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마치 포장지에 감싸진 듯한 따뜻한 느낌이 든다.
다음날이 찾아와 커튼 없이 밝은 해를 맞이하고 있으면 나를 덮고 있던 이불은 이미 벗겨져있다.
그런 밝은 해를 보며, 조용히 멍을 때리다 보면
문 밖에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제 기대하던 소리가 울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