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속을 비워라!

꿈 2

by Ruiz

졸업 사직 퇴학 자퇴 퇴직.

당신이 얼마나 잘했던, 얼마나 못했던

얼마나 망쳤던, 얼마나 완벽했던

잘 안 풀리는 일 때문에 울고

또 잘 풀리면 웃고

다 같이 행복하고

나 혼자 슬펐어도

그 외 관련 모든 일의 마지막은 당신의 책상을 비우는 것.


고개를 숙여 책상 속을 바라보자.

당신이 얼마나 걸어왔는지

고개를 들어 앞만 보고 걸어온 당신을 위해

당신의 발자국이 얼마나 찍혔는지 바라보기 위해

살짝 숙여

뒤를 바라보자.


발자국이 안 찍혀 있더라도 괜찮다.

달려온 거리가 있으니까.

제자리였어도 괜찮다.

지금까지의 지나온 시간이 있으니까

당신이 아름답게 피웠던 꽃 한 송이가 있으니까.

물을 주지 않았어도 흙이 없었어도 예쁘게 피었으니까,

당신이 피운 꽃이니까 고개를 숙여 뿌리를 보자.

그렇게 피운 꽃이 정원을 이루고 있으리라


그런 시간이 필요하니까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에 대한 예찬을 보낸다

위를 봐온 당신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옆을 보면서 같이 달려준 당신에게도 찬미를 보낸다.

그러니 허리를 얕간 낮추고 고개를 숙여

책상을 바라봐라.


마지막인 만큼 오랜 한숨을 들이키며 당신의 과거를 바라보고 마주해라

책상에 있는 것들을 가방과 박스 속에 담아 가며 당신의 손을 마주하라

처음 책상에 물건들을 올릴 때, 혹은 넣었을 때와 얼마나 손이 다른가

그런 손으로 따라오는 것들을 토닥여 주며 당신을 완성하자.


그러니 마지막으로 책상을 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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