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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n 03. 2023

열분해 기술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선도하는 소셜 벤처

[Startup:D] (주)에코인에너지 이인 대표

국악인이 될 줄 알았던 사람이 폐플라스틱을 석유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음식배달, 택배 등 비대면 소비 증가로 폐플라스틱이 급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만들어지는 합성수지다. 비닐, 제품포장지는 물론 우리가 입는 옷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사용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800만 톤이 넘는다. 그중 70% 이상이 소각으로 처리돼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이 그대로 바다까지 흘러들어간다는 것. 바다거북, 고래, 바다사자 등 수많은 해양생물이 고통 받는 다큐멘터리나 광고가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폐플라스틱의 안정적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과제가 되고 ESG 경영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열분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폐합성수지 재활용에 몰두해온 스타트업이 대전에 있다. 열분해 기술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석유로 전환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장치 개발과 운영을 사업화하는 소셜 벤처기업 ㈜에코인에너지다.     

놀랍게도 이 회사는 국립국악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하고 국악 엘리트코스를 밟던 이인 대표가 2015년 창립했다. 14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3건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았다.     

줄곧 음악의 길을 걸어온 그가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에 몰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연히 졸업 후 충남에 위치한 관련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 기술의 사업화 ‘비전’을 봤기 때문이다.     

“관련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지금처럼 ESG 경영이나 탄소중립이 이슈가 되기 전에 이미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판단해 창업에 이르게 됐습니다.”

에코인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소형화 이동형 폐플라스틱 열분해 유화장치 개발

비산유국인 우리나라는 수입해 온 원유를 열분해 기술 등을 통해 정제해 유종을 분리한다. 차에 넣는 휘발유나 경우 외에도 항공유, 선박유, 산업유 등 유종은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되는 것이 바로 나프타(naphtha)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데, 합성섬유를 비롯해 접착제, 페인트, 심지어 아스팔트까지 우리 생활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쓰고 난 이후다. 연간 버려지는 국내 폐합성수지의 절반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버려진다. 태워 재로 없애는 것이 ‘소각’이라면 ‘열분해’는 무산소 상태에서 폐플라스틱에 고온의 열을 가해 유류로 환원시키는 재활용 기술이다. 이렇게 얻어진 재생유를 열분해유라고 한다.     

“열분해 기술의 선두국가인 독일의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가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 전 과정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폐플라스틱을 소각이 아닌 열분해로 처리했을 때 61%의 탄소중립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석유를 통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지 않고 열분해유를 통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면 최대 85%의 탄소중립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죠. 열분해를 통한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 겁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산업부가 지난해 9월 국내 정유3사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시켰다. 폐플라스틱에서 얻은 열분해유를 통해 플라스틱 원료인 납사를 추출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환경부도 시·군·구의 공공폐기물처리시설 안에 공공열분해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화학적 재활용으로 처리하는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가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는 순환경제를 구축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기술개발에 전념해온 에코인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소형화 이동형 폐플라스틱 열분해 유화장치를 개발, 재활용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코인에너지가 개발한 열분해장치 TMR4K 모델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동이 가능한 모듈화 장치입니다. 기종 열분해 시설처럼 대규모 플랜트 공사가 필요 없다는 게 가장 큰 차별화라고 할 수 있죠. 실제 설치되는 공간이 99㎡ 이내거든요. 전국의 선별장이나 소각장, 그리고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매립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선 곳에 여분의 공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습니다.”

버려지는 메탄가스 이용,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시설이 처음으로 가동 가능

이를 기반으로 에코인에너지는 현재 대기업이 준비하는 플랜트 공장들이 들어설 수 없는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도서산간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셈. 해양 폐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하는 섬이라든지 인구가 많지 않은 중소 기초단체가 주 타깃이다.      

이에 따라 에코인에너지의 비즈니스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B2G로 장비를 판매하는 시장이다. 이미 강원도 횡성, 경북 구미, 인천 남동구 등은 국비와 도비를 합해 120억~18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상태다. 다른 하나는 B2B다. 기초자치단체에 판매된 장비를 운영하면서 생산된 열분해유를 관련 대기업에 판매하는 시장이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 한국중부발전의 탄소중립을 위한 3자 협약(MOU)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20년 진행한 ‘임팩트 파트너링’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유치를 완료하고 발굴한 공동사업이다. 탄소중립 이슈가 불거지면서 화력발전소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다.      

에코인에너지는 중소기업벤처부의 ‘탄소중립선도모델 개발사업’이란 국책과제를 통해 후속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폐기물매립장에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를 주목했기 때문. 메탄가스는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그런데 국내 180여 매립장 중 자원화시설을 통해 메탄가스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이 채 10%가 되지 않는다. 에코인에너지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메탄을 어떻게 잡느냐가 온실가스 저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다수 매립장이 파이프를 꽂아 발생되는 메탄가스를 불을 떼서 버리고 있죠. 메탄가스를 활용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시설이 상용화되면 화석연료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온실가스만을 사용하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시설이 처음 가동될 수 있을 겁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공급이 핵심

이인 대표는 스타트업파크 조성, 젊은 스타트업 유치와 활성화를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카이스트 학생 창업이나 연구원 창업 외에 수도권 우수 창업자들이 대전에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도 함께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공급이 핵심입니다. 출연연구기관과의 협업이나 우수 연구인력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그 니즈를 충족시켜나가면 대전이 진정한 4차 산업 특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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