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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l 07. 2023

인간의 부정적 감정 극복하게 돕는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

[Startup:D] (주)돌봄드림 김지훈 대표


발달장애인들이 불안 증세나 돌발행동을 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입는 중량조끼가 있다. 

말 그대로 너무 무겁고 아동의 골격에 무리를 주는 문제점이 있었다. 포옹하듯 안아주는 느낌의 조끼 ‘허기(HUGgy)’로 다수의 창업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셜벤처가 탄생했다.

 ‘허기’는 생체정보를 수집해 착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최근 포브스가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으로 선정한 ㈜돌봄드림 김지훈(28) 대표를 

만났다.


안아주는 느낌의 포옹조끼 'HUGgy(허기)' 개발
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으로 돌봄 생태계를 선도한다 


㈜돌봄드림은 어떤 회사입니까?

인간의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안아주는 느낌을 주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기주입식 스마트 돌봄 조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멘탈헬스케어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창업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습니까?

제가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요, 2013년부터 주 전공을 경영으로 하려면 무조건 복수전공을 하도록 처음 제도가 바뀌었어요. 그 첫 해에 입학했고, 창업에 관심이 있어 2학년 때 부전공으로 생명화학공학과를 복수 전공했어요.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으로 입대를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빨리 창업하고 싶어서 현역으로 군대를 마쳤습니다. 2018년 학부 마지막 학기 때 지식영상콘텐츠 플랫폼 ‘오아시스’로 처음 창업에 도전했어요. 요일별로 지식영상콘텐츠를 업로드해서 구독하는 서비스였어요. 정부에서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을 받아 창업했는데, 비록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 것인지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럼 이 번이 두 번째 창업이네요?

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창업융합전문석사 과정을 1년 만에 졸업하고 다시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창업계기가 있었나요?

복지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공동창업자이기도 한데요, 대학원 다니면서 그 친구 덕분에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치료대기 기간이 정말 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복지관에서 치료받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까지 기다리더라고요. 인적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원인이에요. 1대 1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선생님 수가 워낙 적은 거죠. 인적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해보자는 게 창업 아이디어였습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소셜벤처에 매력도 느꼈고요.


창업을 위한 자금이나 기반은 어떻게 마련했습니까?

2019년 교내 창업대회인 ‘E*5 KAIST’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사실 삼수 끝에 1등을 한 건데요, VC 심사위원들을 귀찮게 할 정도로 찾아다니면서 조언도 듣고 피드백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예요. 부상으로 투자를 받아 2020년 3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2021년에는 소셜벤처 경연대회 일반부문에서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을 받았고요, 지난해 7월에는 시드 투자와 함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부분 팁스(TIPS)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됐습니다. 전국 각종 민간 창업경진대회 우승자들이 모여 경합을 펼친 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이 있습니까?

공기주입식 조끼로 ‘허기’

공기주입식 조끼로 ‘허기’라는 브랜드의 제품이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이 불안해할 때 입혀서 진정시키는 중량조끼(Weighted vest)를 대체한 제품입니다. 중량조끼는 효과가 있기는 한데 폭력적인 방법이고 성장기 아동의 골격에 무리를 주거든요. 오래 입고 있을 수도 없고 질식사 위험도 있어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치 안아주는 것처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에요. 무리가 없어 평상시 입을 수도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카이스트 창업대회에 이 제품으로 출전해 1등을 했고, 창업을 본격화하게 된 겁니다.


제품을 사용해본 부모님들의 만족도는 어떻던가요?

3년 이상 판매하면서 제품 개선도 할 목적으로 발달장애 부모님들을 인터뷰 해왔는데요, 만족도가 정말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수학급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면 한 줄 쓰고 이리저리 오가며 집중하지 못했던 아이가 조끼를 입고는 15분 만에 두 장을 집중해서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실제 작업치료실 CCTV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각성 상태가 높아 잠에 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아무래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효과 입증이 중요한 제품인데요, 신뢰성 확보를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테스트를 의뢰한 적은 있나요? 

신뢰성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 여러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마포구에 있는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라는 데서 3개월 동안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발달장애아 6명을 대상으로 주관적 지표와 화학적 지표로 나눠 측정이 이뤄졌어요. 주관적 지표는 AMPS라고 해서 수업집중도, 참여도 등을 중증부터 경증까지 작업치료사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도구에요. 조끼 착용 전후를 비교했는데 수업참여도가 평균 28%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화학적 지표는 수업 전후 타액을 채취하는 방식인데요,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을 측정하기 위한 거예요. 보통 40분 수업을 진행하면 일괄적으로 스트레스가 상승하는데요, 조끼 착용 후 평균 57%가 감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원광대병원, 충북대병원과 협업을 시작했어요. 국가기관에서 R&D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병원들과는 논문으로도 작성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시장 규모는 어떻게 보세요?

국내 발달장애인 인구가 25만 명이에요. 전 세계적으로는 1억 2,700만 명이고요. 국내만 놓고 보면 25만 명이니까 규모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신생아 수로 따져보면 38명 중 1명꼴이에요. 안타깝게도 이 수치가 매년 일정하게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요. 신생아수는 줄어드는데 발달장애아는 늘어나는 거죠. 실제 의식주를 제외하고 발달장애를 위한 추가지출 비용이 연 평균 1천만 원이에요. 시장규모가 결코 작지 않은 거죠. 더구나 우리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솔루션이 필요한 분야잖아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해외시장 진출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까?

우리 팀원 중에 캐나다에 사시는 분이 합류했는데요, 현지에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미국이나 캐나다는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고 인식도 매우 좋거든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정부지원금이 나올 정도로 복지도 잘 돼 있어서 북미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올해 안에 북미에서 크라운드펀딩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투자를 받아 싱가포르에도 해외법인을 설립했어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장도 본격 진출할 생각입니다.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PoC(개념증명)도 한 차례 진행했는데요, 독일, 스페인, 스위스, 덴마크에서 추가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동용 제품인거죠?

창업 초기에는 발달장애아동에만 초점을 맞췄었는데요, 만들고 나니까 성인들에게도 제작요청이 정말 많았어요. 사이즈를 성인용도 만들어달라는 거였죠. 외국에 가면 몸집이 큰 분들이 많아서 지금은 1호부터 9호까지 만들고 있어요.


3년 이상 제품을 판매하면서 개선과정을 거쳤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까?

발달장애 부모님들이나 돌보는 분들을 만나보고 인터뷰하면서 정말 많은 개선 과정을 거쳤어요. 그러면서 그분들이 겪는 어려움이 어디에 있는지 더 주목하게 됐거든요. 문제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거였어요. 아이가 왜 불안해하는지 몰라서 힘들고 답답하신 경우가 많은 거죠. 어떻게 하면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착안한 게 조끼 착용자의 생체정보를 통해 스트레스나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하자는 거였어요. 보호자가 없더라도 조끼만 입고 있으면 자동으로 감정 상태를 판단해 공기주입 여부나 주입량을 판단하는 제품인 거죠.


제품은 개발이 된 상태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허기 베이직’이란 제품에 스마트워치를 결합한 ‘허기 프로’란 제품입니다. 스마트워치가 심박수나 심박변이도(HRV) 같은 생체정보를 측정·계산하고, 착용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구동부에 장착된 모터가 적절한 양의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죠. 현재 시제품 제작까지 끝난 상태인데 아직 양산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판매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의견도 듣고 계속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스마트워치는 어떤 제품이랑 연동되나요?

갤럭시 워치3와 연동해 제품을 개발했어요. 우리 회사가 삼성전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중  ‘C-Lab Outside’에 선정됐거든요. 현재 삼성전자 캠퍼스 안에 입주해 있는데요, 지난해 CES 2022에도 참여해 카이스트관에서 제품도 전시했습니다. CES에서 혁신상을 받으면서 이목이 집중된 부분이 있었고요, 투자유치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됐습니다. 앞으로 새로 나올 워치들이랑 연동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제품개발 계획은 있습니까?

스마트워치 착용을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접촉식 센서를 통해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없이 조끼만으로 알아서 작동하는 ‘허기 스마트’란 제품입니다. 일종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셈인데요, 올해 말까지 개발과 테스트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회사가 비대면 선도서비스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는데요, 올해 대전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제품 100개를 테스트할 계획이에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습니까?

향후 생체정보를 모니터링해 돌봄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멘탈 관련 정보를 가지고 심리 상담을 해주거나 의사를 매칭해주는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단점은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우리는 조끼가 있으니까 데이터를 리포트 형태로 보여주면 비대면이라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싶은 거죠. 처음에는 발달장애를 대상으로만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안아줘서 안정감을 준다는 게 발달장애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ADHD, 공황장애, 감정노동자, 운전원, 수면장애 등 사업영역을 무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안, 긴장, 초조, 공포 등 인간의 모든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멘탈헬스케어 기업으로 나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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