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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l 17. 2023

“먹지 말고 들으세요!”
디지털 수면제

[Startup:D] (주)컨버전스올 박한나 대표

12년차 영어강사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영어와 코딩이 융합된 교육서비스로 첫 창업에 나섰다.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그는 깨달았다. 제대로 알고 창업해야 한다는 교훈을. 두 번째 창업. 이번엔 기술과 수면을 융합했다. 

창업경영대학원 동기와 개인 맞춤형 AI수면유도 솔루션 ‘슬리패스’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그는 컨버전스올의 박한나(40) 대표다.

개인 맞춤형 AI수면유도 ‘슬리패스’  솔루션
기술과 수면을 융합한 수면유도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컨버전스올은 어떤 회사인가요?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말 자체가 영어로 ‘융합’이라는 뜻이잖아요? 흔히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하는데요, 무엇이 됐든 융합을 선도하자라는 의미에서 회사를 설립했어요. 처음에는 교육융합을 시도했는데요, 영어와 코딩을 융합해 가르치는 교육서비스였어요. 현재의 공동창업자를 만나면서 기술과 수면이라는 새로운 융합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수면유도솔루션을 제공하는 아이템이예요.


잠을 잘 잘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군요. 어떤 기술이죠?

우리가 개발한 제품의 브랜드명은 ‘슬리패스(Sleepass)’라고 해요. 말 그대로 빠르게 수면에 들 수 있도록 주파수와 비트를 활용해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면 유도가 가능한 주파수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거든요. 맞는 주파수를 찾아서 수면을 유도하는 기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이 첫 창업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첫 사업은 왜 실패하셨나요?

제가 원래 영어강사였어요. 12년 정도 영어를 가르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교육시장이 좁아졌어요. 4차 산업혁명이 워낙 화두가 될 때였어요. 그러잖아도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교육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착안한 게 제가 가진 영어라는 무기에 코딩을 접목하는 아이디어였어요. 커리큘럼과 교재를 개발해 초등학생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했어요. 서울의 한 구청에서는 미래신교육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창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법인 설립이나 지분구조 같은 걸 전혀 모르고 시작했거든요. 당시 공동창업자가 있었는데 불화 때문에 문을 닫게 됐어요. 서울-대전을 오가며 1년간 불태우다시피 했는데 허무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겪으니 창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한밭대 창업경영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거고요.


사업아이템이 교육서비스와는 완전히 무관한데요?

창업경영대학원에 연합트랙이란 게 있었어요. 한밭대, 성균관대, 부산대가 함께하는 트랙인데요, 제가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 뽑히게 됐어요.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실리콘밸리 드레이퍼대학이 운영하는 창업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혜택이 주어졌어요. 거기에서 공동창업자를 만났어요. 창업경영대학원 동기인데요, 김견휴(30)라고 기술적인 기반이 탄탄한 친구예요. 2020년 함께 입학했는데, 팬데믹 때문에 서로 모르고 지내다 연합트랙에서 만났어요. ‘슬리패스’도 그 친구의 아이디어고요. 실리콘밸리에서 해커톤(Hackathon)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아이디어를 내서 데모데이 피칭(Pitching)도 둘이 함께 했습니다.


‘슬리패스’란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드레이퍼대학 해커톤 시간에 자신의 아이템이 아닌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개발하라고 하더라고요. 견휴 씨가 이미 (주)바론이라는 조달청 혁신제품인증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주파수를 이용해 슬러지를 분해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해요.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착안하게 된 거예요. 본인이 베개를 계속 새로 살 정도로 불면증이 심하다는데,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찾은 셈이죠. 처음에는 주파수 기술을 헤어밴드에 접목시키자는 구상이었어요.


그 구상을 가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하신 거네요? 

지난해 데이터 바우처 사업에 선정돼 7,000만 원 수혜를 받았어요. 이 아이템이 미국에서 탄생한 거잖아요?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사업에도 선정돼 영국에도 2개월 동안 다녀왔어요. 화이트캐슬파트너스(White Castle Partners)라는 액셀러레이팅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했죠. 이 아이템이 미국에서 탄생한 거니까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가보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영국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체계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어떻게 기술이 준비돼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조금은 확보할 수 있었고요.


기술은 얼마나 구체화됐나요?

현재 개인 맞춤형 AI수면유도 솔루션 ‘슬리패스’를 특허출원한 상태에요. 수면에 들고자하는 사람의 수면을 측정해 5단계로 분류해서 맞춤형 주파수를 서비스하는 기술이에요. 궁극적으로 빠르고 깊이 있는 수면에 드는 것을 넘어 높은 수면 만족도에 도움을 주는 게 이 솔루션의 목표죠. 아직 특허출원단계라 구체적인 기술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수면단계 분석을 위한 측정기기와 수면유도를 위한 디바이스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솔루션을 이루게 됩니다.


임상시험도 거쳤나요?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했어요. 수면을 측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체 지표들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뇌파를 측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죠. 아무래도 집에서 자면서 측정해야 되잖아요? 헤어밴드 같은 걸 써야 하니까 거부감이 좀 많더라고요. 최대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심장박동수를 측정했습니다. 지난해 정말 짧은 시간에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어요. 그렇게 수면데이터를 확보해 AI에게 학습을 시킬 수 있었고요.

공신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겠는데요?

1차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걸 가지고 특허 절차를 받고 있는 거고요, 앞으로는 우리가 개발한 AI엔진을 가지고 임상 데이터를 300건 이상 수집하는 목표를 병행하고 있어요.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확보되면 그걸 가지고 제품만 출시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수면단계를 5단계로 측정해서 개인 맞춤형 주파수를 출력한다는 거네요?

맞아요. 빠르고 안정적으로 잠에 들게 해주는 거죠. 자연스럽게 잠에 들었다가 자연스럽게 깨는 생체 리듬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수면제를 처방받는 사람도 약물을 대체할 수 있겠어요?

저도 첫 창업에 실패하고 불면증이 왔어요. 잠이 너무 안 와서 하루에 2시간 잘 때도 있고,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니더라고요. 1년 정도 수면제를 먹다 보니 죄책감이 엄청 많이 들었어요. 약에 의존하면 못 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영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슬리패스’가 추구하는 게 디지털 수면제거든요. 고질적인 질환이나 연세가 많으셔서 불가피하게 수면제를 복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큰 타겟층은 수면제를 먹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에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이유도 수면제에 대한 거부감이었겠어요?

사실 우리가 유럽에 가서 보니까 먹는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크더라고요. 내 건강은 내가 결정한다는 주권의식이 매우 강한 거죠. 약물 남용에 대한 경계심이 워낙 큰 걸 확인하고 우리가 그 부분에 더 집중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상용화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계세요?

저나 견휴 씨나 창업경험이 있다 보니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처음 창업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어요. 완전히 아이디어 단계에서 AI엔진 개발까지 이 모든 걸 다해낸 거거든요. 올 하반기가 목표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시작으로 본격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에요. 국내시장 한번, 해외시장 한번, 두 차례 진행할 예정이에요.


소비자들이 구매하게 될 제품형태는 어떤 건가요?

숍에서 기기만 구매하시면 되는 거예요. 모든 건 애플리케이션에서 구동하면 되거든요.


D3에 입주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 사무실을 구하던 참이었어요. 그러던 중 지난 2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낸 사업공고문을 보고 지원하게 됐던 겁니다. 마침 제가 창업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충남대 기술융합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거든요. 아무래도 학교 인근에 사무실이 있으면 사업과 병행하기 좋지 않겠어요? 저에게는 이곳이 최적의 공간인 셈이죠.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으로서 센터의 지원제도를 평가해주시겠어요?

센터에 입주한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이 커요. 이곳에 입주하면서 디딤돌 R&D사업에도 지원했는데요, 안정감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어서 훨씬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센터 직원 분들이 종종 오셔서 지원 가능한 사업도 안내해주시고요.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자에게 대전은 어떤 도시인가요?

솔직히 제가 처음 창업했던 아이템은 기술기반이 아니었잖아요? 그때는 대전이 너무 힘들었어요. 시장이 너무 좁았고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아 서울로 간 거였거든요. 두 번째 창업은 기술기반이잖아요? 기술창업에 있어 대전만큼 유리한 곳이 없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들을 협업할 상대가 대전만큼 많은 곳이 없거든요.


창업을 두 번째 경험하고 계신데, 예비창업자를 위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솔직히 창업이 쉬운 길은 아니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창업을 시작했던 선배로서 말씀드리자면, 꼭 배우고 창업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창경센터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을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요?

사실 많은 창업자들의 목표가 엑시트(exit)에요. 회사의 가치를 만들어서 파는 거죠. 이걸 경험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시드(seed)가 마련되면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요. 우리가 지금 고생하면서 몸으로 부딪히는 이 일들을 대전에 있는 후배창업자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저도 이제 막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입장인데요, 특히 그 경험을 전수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경험한 좌충우돌한 상황을 좀 덜 겪고 시행착오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런 일을 하는 액셀러레이팅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 꿈을 위해 공부를 계속 하면서 실전으로도 경험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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