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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크를 탄다.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에 앞서

by 바이크 타는 집사

수많은 탈 것들 중 하나인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탄다고 하면 사람들은 특별하게 생각한다. 아니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내가 바이크 탄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너거 와이프가 타라고 하나?"이다. 결혼을 안 했다면 아마 "너거 부모님은 니 오도바이 타는 거 아시나?" 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몇 CC?"와 "(가격은)얼마?"가 딱 쓰리콤보로 이어진다. 거의 예외가 없다. ㅎㅎㅎ


그리고 이것저것 묻고 나서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조심해라이~ 니 그라다 죽는다. 속도 내지 말고 살살타라!

내가 타고 있는 바이크. BMW의 R18클래식, 옆에는 아내가 타는 로얄엔필드의 메테오350


암벽등반, 산악자전거, 복싱 같은 위험해 보이는 많은 취미들에도 비길 수 없는 '위험한' 취미가 바이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싱이 상대에게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운동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섬뜩한 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산악자전거는 그 위험한 산악의 비탈을 가벼운 자전거로 질주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마찬가지로 고속으로 공도를 질주하는 바이크도 상당히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속력을 즐기는 다른 취미들도 다 위험하긴 마찬가지 일 텐데, 유독 바이크만은 사람들이 특히 더 위험하게 생각한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사실 바이크는 위험하다. 모든 운송수단이 위험하듯이 바이크도 위험하고, 사고를 당하더라도 자동차보다는 바이크가 더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크는 안전 운전을 한다면 다른 운송수단 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다.(절대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다. 안전할 수도 있다는 거다.) 역설적이지만 운전자를 보호하는 프레임(실내공간)이 없기 때문에 도로 상황, 내 주변의 상황을 시각, 청각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말은 어쩌면 궤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자동차도 운전해 보고 바이크도 운전해 보면서 느낀 점인데, 일상적으로 운전하는 상황에서 보면 바이크를 탈 때 도로상황을 더 먼저, 더 예민하게 파악하고 반응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안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전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ㅎㅎ 오해 없길~


어쨌든,


벚꽃이 좋은 날, 봄바람을 맞으며 흩날리는 벚꽃 속을 달리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라이더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바이크를 잘 타는 것은 빨리 달리는 것도 아니고, 코너를 멋지게 잘 도는 것도 아니다. 오래 타는 것이 잘 타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서 최대한 안전하게 타야 한다. 총 13년을 무사고로(물이 고인 주차장에서 서행 중 한번 미끄러진 적은 있지만 전혀 다치진 않았음을 고백한다.) 바이크를 탔는데, 나만의 규칙을 정해두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누구나 지켜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첫 번째 수칙은 교통법규 준수. 가끔 규정속도를 넘기기도 하지만, 과속하지 않고 신호는 반드시 지킨다. 차간 주행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당연히 갓길 주행이나 역주행, 불법 좌회전이나 유턴 등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꼭 지켜야 할 부분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말고의 문제를 넘어서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방어운전은 말할 것도 없다.


자동차 한 대가 도로를 달리듯이 차선을 지키며 달리고, 방향 지시등 넣고 차선을 바꾸며 신호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운송수단이 그렇듯 내가 안전 운전한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수칙은 안전장구 착용.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장구, 인증을 받은 라이딩 기어를 꼭 착용하는 것이다. 헬맷은 물론이고 바지, 재킷, 신발, 장갑까지 풀 장착을 하고 라이딩을 하는데 여름에도 마찬가지이다. 라이딩 바지와 재킷은 무겁다. 장갑도 신발도 마찬가지. 그러니 여름에는 더울 수밖에 없다.


일상복을 입은 것 같지만, 보호대가 있는 라이딩 전용바지와 신발, 장갑. 후드 티 안에는 보호대가 있는 이너 재킷을 입었다.


간혹, 라이딩 기어 솔직히 의미 없다며 어차피 가드레일 들이받아 튕겨 나가거나 대형 트럭에 부딪히면 죽거나 다치는 건 똑같다는 무모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말을 하는 라이더를 만난 적도 있다. 정말 대책 없다. 어떻게든 사고와 사고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안전 운전을 해야 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장구를 꼭 갖춰야 한다. 그게 바이크를 오래오래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바이크를 멋지게(?) 타다 더 이상 타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를 당하는 것보다는, 좀 힘들더라도 지킬 건 지키고 갖출 건 갖춰서 최대한 오래오래 바이크를 즐기고 싶다.


뒤에 가끔 딸을 태우고 라이딩을 나가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정속운행과 라이딩 기어는 필수.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도로를 달리는 행위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길, 바닷가, 산세가 좋은 길을 찾아다닌다. 펼쳐진 바다와 강, 녹음이 짙은 시골길, 단풍이 물든 산길, 노랗게 익은 벼가 펼쳐진 들판, 이런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여유롭게 달리는 것이 나에게는 라이딩의 즐거움이다. 자동차와 같이 프레임에 갇힌 실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주변의 풍광을 온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은 바이크를 탈 때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아슬아슬한 질주,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스릴 같은 것은 즐기지는 않는 편이라 나에게 바이크는 '풍광'과 '여유'를 즐기는 수단이기도 하다.


바이크를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777 루트 전국일주나 백두대간 80령 종주 등등 여러 프로젝트를 고민했는데, 문학관 탐방이나 가톨릭 성지순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전국 문학관 탐방' 계획하고 문학관을 하나씩 다니고 있다. 올해 바이크 즐기기 프로젝트가 되었다.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문학과 바이크. 멋지지 않은가? 바이크와 문학관 탐방은 너무 잘 어울리는 라이딩 코스이다. 풍광과 여유를 즐기며 도로를 달려 문학을 느끼고 돌아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는 즐거운 일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그러하겠지만, 바이크는 특정 목적지에 나를 데려다주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다. 달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런 바이크 라이딩에 '가치 있는 목적지'까지 추가해서 코스를 잡고 전국 일주를 한다면 그보다 즐거운 것이 또 있을까?


나의 올해 목표는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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