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공문을 처리하고 다시 공문이 그만큼 쌓이던 3월

by 달려라토끼

이제야 좀 여유가 생겼다.

매일 몇 건씩 공문을 처리하고 나면 다시 몇 건씩 공문이 쌓이던 3월 한달을 어떻게든 버티고 이겨내니 결재 대기 공문이 0건인 순간이 왔다.

아이들 교과서도 걷어 확인도 하고 독서록도 걷어 내용도 읽어보며 도장 찍어주는 여유도 생겼다.


지난 몇년을 생각하보면 이것보다 훨씬 바빴던 것 같은데 올해 3월도 예전만큼 여전히 바쁘고 힘들었다.

입술은 부르터서 얼굴이 흉해졌고

이석증이 갑자기 와 어질어질 한 상태로 수업도 해야 했다.

업무분장 문제로 교감선생님과 약간의 신경전도 벌였고

학부모 민원에 교무실까지 불려가 학부모에게 오해를 풀겠다는 약속도 하고 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 4월은 따뜻해진 봄 날씨처럼 몸이 노곤노곤 해질 수도 있는 시간도 생겼다.


따뜻한 봄바람처럼

우리 반에 짝사랑의 소식도 전해져

서*이가 유*이를 좋아한대요라는 외침이 교실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장난끼 넘치는 우리반 남자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며 외치고 다녀

남학생인 서*이는 책상에 엎드려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애들한테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어떤 결과가 생길지 미리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야단치고

서*이를 불러 마음을 다독이기도 했다.


점심 시간에는 지*가 주*이가 자신에게 모래를 뿌리고 자기가 안그랬다고 말해 기분이 안 좋다고 하길래

지*, 주* 모두 불러 상황을 들어보니

주*이는 혼자서 모래 놀이하다 지*에게 모래가 튀었고 처음에는 자기가 그런 줄 몰라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운동장에서 사과했다고 항변했다.

그제서야 지*이는 주*가 먼저 사과했다고 실토했다.

오늘도 역시나 당사자 모두 불러 이야기를 들어봐야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싸움 중재자로써 하루를 훌륭히 보냈다.


계속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이제는 좀 지치는 것 같기도 하다가 이렇게 일상을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생각도 한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며 그래도 내 말이라면 철썩같이 믿는 아이들도 있고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에너지도 얻는다.


내 전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지금은 어떤 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요즘,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정리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나에게 적합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신체가 나이가 먹듯이 정신도 나이가 드는 것 같다.


우리 옆반의 파릇파릇한 신규 선생님의 씩씩한 목소리와 수업 중 신나서 소리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과거 시절의 나와 지금 칼로 자른 듯 원칙을 세워 버린 내가 자꾸 비교된다.


내일은 운동장에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신나게 달려도 보고 벚꽃 나무 밑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들 사진도 좀 찍고 오려고 한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면 조금 더 활기차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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