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드디어 시작이다.
오늘 일찍 출근해서 아이들 한명 한명 반갑게 맞이 해야지.
하지만, 오늘 새로 산 자켓 이렇게 입어보고 저렇게 입어보다 예상보다 늦게 출발했고
그래도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일찍 갈 수 있어 했다고 꽉 막히 도로에 마음만 급하다 평소와 다름 없이 출근해 버렸다.
아니 도대체 3월 첫 출근일 아침부터 포크레인이 왜 보도블럭을 깨 부수고 있냐고...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출근하면 그 순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제까지 집에서 마음 졸였던 일들, 내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간들은 모조리 싹 잊혀지고
순간순간 닥치는 일 해결하다 하루가 다 갔다.
25명 아이들 중에 세 명이 안 왔다.
첫날인데!!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해 보니 두명은 쌍둥이 인데 아이들의 엄마가 오늘 등교하는 걸 모르고 있었다. 3월 4일이 등교인 줄 알았다나 뭐라나.. 또 한 아이는 통합학급 아이인데 그 아이는 늘 늦게 온단다. 좀 있으니 엄마가 뒷문으로 슬며시 아이를 밀어 넣는다.
그러던 중 우리 학급에는 편성이 되었으나 전출 예정이었던 학부모에게 전화 와서는 한달 간은 교외체험학습을 쓸 거니 우리반 알림장 어플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동안 서류 제출하고 연락해야 할 일을 알림장 어플을 사용해서 하겠다는 건데 내가 사용하는 어플을 알려주니 떨떠름한 반응으로 3학년때까지는 다른 어플을 사용했는데 왜 이 어플이냐고 한다. 내가 지금은 수업 중이니 있다 오후에 다시 연락 드리겠다하니 마지못해 네 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또 조금 있다가는 수업 시간 중 아이들에게 안내장을 나누어주며 설명하고 있는데 한 학부모가 앞문을 슬며시 열더니 먼저 인사도 없이 자기 아이가 실내화를 놓고 갔다며 아이를 불러내 실내화를 전해 주기도 했다.
하...
개학과 동시에 평온이 깨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지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했던 다양한 선들을 사람들이 마구 넘나들고 있었다.
아이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오후 시간에는 접수 안된 공문 41건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분류하고 업무 부탁 쪽지 보내고 전화하고
그리고 전직원 첫 회의 하다 업무 시간이 끝났다.
하지만 오늘 첫날은 그런대로 무난했다.
아이들도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었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활동에 흥미진진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또 작년 아이들도 복도에서 나를 보면 저 멀리서 반갑게 뛰어와 품에 안겼으며
동학년 선생님들도 오늘 하루 수고많았다고 서로 격려의 인사를 남겼다.
이 정도면 27번의 첫 시업식을 잘 마무리한 셈이다.
새 학년은 첫날만 잘 보내면 된다.
그 다음날부터는 어떻게든 굴러간다. 힘내서 26학년도 우리반 재미있게 나도 재미있게 지내봐야지.
여기저기 생긴 마음의 상처들이 얼른 회복되도록 열심히 일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