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안무에는 지적재산권이 (사실상) 보호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냥 베껴도 되는 걸까?
어떤 경우가 오마주인 것이고, 어떤 경우가 베낀 것일까?
댄서들도 그걸 정의하기는 힘든 것 같은데,
저희 같은 일반인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어제 빌리 플랩 동영상의 대표의 변을 듣고 나니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몇 가지 사례들
그리고, 최근 뉴진스의 신곡 How Sweet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 비교해 봤습니다.
문워크의 탄생
1983년 3월, 흑인 음악 레이블 "모타운"의 25주년 공연, 모타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는 의미 있는 무대였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은 모타운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였습니다.
잭슨 5의 멤버로 5살에 데뷔 1968년에 모타운과 계약한 마이클 잭슨이 이날 무대에서 선보인 노래는 빌리진. 이날 문워크가 세상에 첫 선을 보입니다.
마이클 잭슨은 빌리진과, 문워크로 80년대 전 세계를 초토화시키고, King of the Pop으로 등극합니다.
Thriller 스릴러 음반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겠죠.
잭슨이, 퀸스존스와 함께 프로듀스 한 음반은, 당시 흑인음악계의 주류이던 사실상 디스코의 변종인 일렉트부기와, 백인의 락뮤직, 전자음악의 환상적인 조화였습니다.
획기적인 음악에는 그에 걸맞은 획기적인 춤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환상적인 안무였습니다. 여기에 '화룡정점'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 필살기가 필요했습니다.
잘 아시는 문워크죠.
제프다니엘스가 Top of the Pops에서 선보여서 화제를 일으킨 슬라이드 동작
https://www.youtube.com/watch?v=gMQZjhQ8-9o
1983년 영화 '플래시댄스'에도 등장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3ZNFGE8PZE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문워크"는 마이클 잭슨이 개발한 춤은 아닙니다. 당시에 비슷한 춤을 추던 댄서는 여럿 있었고,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사한 춤은 1920~30년대 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댄서들이 "Backslide"라는 춤을 가장 환상적으로 구사하던 댄서 '제프 다니엘'로부터 잭슨이 "Backslide"를 전수받아 "문워크"를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결국은, 최고의 가수가 최고의 음악에 인상적인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추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기에 멋지고 낭만적인 "춤 이름"을 붙였습니다.
"문워크"는 누가 뭐래도 마이클 잭슨의 것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ZXmjhRkPVFc
완벽한 문워크는 3:36초에 단 한번 짧고 강력하게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화려한 턴과 풋워크로 바로 이어져, 방금 내가 본 게 뭐였는지 믿을 수 없게 만들며, 또 문워크가 나오지 않나? 기대하게 만듭니다. 제프다니엘의 완벽한 백슬라이드는 문워크의 원조입니다만, 빌리진에 등장했을 때만큼 구성에 맥락은 없습니다. 그저 무대를 백슬라이드를 반복하여 왔다 갔다 합니다. 빌리진은, 다릅니다. 노래가 다 끝나 포기할만한 4:34초쯤 에 문워크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80% 정도 약간 힘 빠진 듯한 문워크 동작입니다. 아까 내가 본건 환상이 아니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마이클 잭슨의 팬이 되고 문워크에 열광하게 됩니다. "아 배워보고 싶다."
"문워크는 워낙 대단한 예시이긴 합니다만", 단순한 모방을 뛰어넘은 창조적 재해석이 바로 마이클 잭슨의 "백슬라이드'->"문워크"입니다.
단순한 모방을 뛰어넘는 창조적 재 해석, 대중문화에서 이런 사례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사례는 단순한 표절이나 모방과 구분됩니다.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 춤의 세계라고, 마구잡이로 가져와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 미 서부 오클랜드에서 발생한 부갈루 댄스 크루 The Black Resurgents
https://www.youtube.com/watch?v=fRokapZtCeU
그들을 보면서 꿈을 키우던 야구를 좋아하던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볼보이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춤을 따라 하며 인기를 얻었죠. 이 부갈루는 지금의 "팝핑" 동작이 됩니다.
나중에 운 좋게도 슈퍼 스타가 되었고, 그를 키워준 지역사회와, 팝핑 춤을 알려준 우상들
The Black Resurgents를 잊지 않았습니다. 댄서 "프로스티"가 이 비디오에 출연합니다.
MC해머가 몸을 부르르 떠는 동작은 확실히 The Black Resurgents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 확실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15gx-_SAnnw
결국 벼락 스타 해머는, 갱스터랩이 득세하고 파티랩이 퇴조하자 파산하게 되지만, 훗날 "강남 스타일"로 벼락 인기를 얻게 된 당시 한국인 중학생 팬이 그를 찾아오게 되고 같은 무대에 서게 되죠.
https://www.youtube.com/watch?v=ck6i3HtktaY
저작권도 없는 로열티도 없다는
길바닥 춤의 세계에 무려 40년이 넘는 유산이 태평양을 건너 이어진 것입니다.
60년대 오클랜드에서 시작된 부갈루는 2024년 서울까지 까지 이어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rmDp-zijuc
작년 7월 뉴진스의 Get up 앨범의 신곡 Supershy가 나왔을 때..
노래도 밋밋하고 뭔가 싶었습니다...... 파워퍼프걸 뮤직 비디오도 뭔가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뉴진스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이 곡이 오리지널 파워퍼프걸 주제가를 샘플링해서 만든 곡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CD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몰랐어요.
주제가 비교 영상 : 결국 Supershy는, 제임스 브라운의 Funky President의 드럼 루프를 샘플링하고,
파워퍼프걸 2000년대 빅비트 스타일의 과장된 베이스를 덧붙인 곡. 국내 평론가들은 당연히 파워 퍼프걸 주제가 쪽은 잘 모르니 이런 접근의 평론은 없고, 맨날 저지비트가 어떠니, 마이애미 베이스가 어떠니 하는 장르 타령만 반복.
https://www.youtube.com/watch?v=jGNqZU79fyk
오리지널 파워퍼프걸 오프닝송:
https://www.youtube.com/watch?v=f7MiaSr-0ug
결국 작년에 나왔던, Get up앨범과 뉴진스의 파워퍼프걸 비디오는 깨알 같은 파워퍼프걸과 뉴진스에 대한 트리비아를 알지 못하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깨알 정보로 가득한 내용이었던 것.
https://www.youtube.com/watch?v=2-4u-EhNhHc
그렇다면, 민희진이 싸우면서, 작년에 Get up 앨범 재고를 많이 남겨둔 것은 향후에 월드 투어를 대비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파워퍼프걸의 인지도는 해외가 더 높으니.
빌리프랩은 영상을 통해,
대표가 등장해
"우리는 모방이 아닌 창조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돈"이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베꼈겠느냐?
"그렇게 음반이 성공" 했는데 베꼈다는 소리를 들어야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의 방향성은 "NOT 뉴진스"라는 보고용 PPT.
자기 회사 아이돌의 컨셉에 대한 보고서는
대체 누가 작성해서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연구용역 보고서인가요?
빌리프랩은 모방과 창조에 대해서 연설과 PPT로 웅변했지만
뉴진스는 쇼츠로 보여줬습니다.
뉴진스는 잘 알려진 유명한 춤들을 뉴진스가 어떻게 창조적으로 응용했는지 보여줬습니다.
오마주와 창조적 차용은 맥락이 중요합니다.
이번 How sweet이라는 노래는 춤과 음악 모두가 고전 Hip hop에 대한 리스펙트와 오마주로 가득한 음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창조적 차용 오마주라는 것에는 어떤 Attitute가 필요한지를 직접 가르쳐주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댄스 동작은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되지 않기도 하고
아마도 90년대 올드스쿨 춤 동작들은 대부분 이게 전부 이름이 있었어?
싶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족보가 있는 춤 동작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2L37zmXjU4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맥락 없이 다른 사람이 최근에 했던 댄스동작을 가져와 놓고, 나중에
"사실 이건 오마주입니다, 창조적 차용입니다"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그게 오마주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표절이 성립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리스펙트는 필요한 분야이고.
맥락은 중요합니다.
1. 문워크(Slide, 정식 명칭 슬라이드)
제가 말씀드린 문워크, 슬라이드의 역사를 생각해 본다면,
이 역사를 아는 댄서라면, 뉴진스가 왜 문워크를 사용했는지 알 겁니다
유튜브 채널에, 쇼츠영상으로 생활 속에 문워크 동작이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예시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봤을 법한 문워크 동작, 지금은 남발되는 챌린지의 의미가 어려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줍니다. 최근에 진정한 챌린지는 "슬릭백 챌린지" 뿐이었죠.
작은 기본 댄스 동작이, 생활 속에 접목되는 것만으로, 얼마나 일상이 풍요롭고 여유로워지는 지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https://www.youtube.com/shorts/O4GpT2j8FVg
https://www.youtube.com/shorts/4_na1xity6c
2. Prep dance 동작
How Sweet에 사용된 올드스쿨 댄스 동작인 Prep입니다.
집에서 외출할 때 하는 일련의 동작들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옷에 먼지 털고 손 씻고, 거울 보는 동작을 흉내 낸 올드스쿨 힙합의 기본 동작.
쇼츠에서는 뉴진스 멤버 민지 양이, Prep 춤이 만들어진 기원에 적합하게
일상생활에서 손 씻을 때 춤동작을 응용하는 장면을 춤으로 표현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vZyBpo-kbA
https://www.youtube.com/watch?v=X51mNhYffJU&t=97s
https://www.youtube.com/shorts/Nj2Fntezalg
이효리의 유고걸의 Ok댄스도 Prep 댄스의 창조적 재해석입니다.
이것을 모방이나 표절이라고 하지 않죠.
https://www.youtube.com/watch?v=xZSEg4GUCoo
3. 파핑, 부갈루 기본 동작 (이름이...)
뭔가 익숙한 옛날 춤.. 파핑의 기본 동작이기도 한 동작입니다.
4. Base Ball Bat? 바트 심슨? 응용 동작, 춤알못이라 잘 모르겠네요.
How sweet 퍼포먼스 비디오
이 안무들은 90년대 올드 스쿨댄스와 60~70년대부터 이어져온 스트릿 댄스의 기본동작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응용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0Z1v7jK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