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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요한 성실이 Jun 17. 2024

"랜플댄"은 "K팝"보다 위대했다

 K팝산업의 허상을 버리고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을 찾아갈 때  

저는 자신을 음악팬, 애호가 

(어중간한 ) 음반 컬렉터임을 자부합니다만. 

한 번도 제 자신을 K팝 팬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2000년대부터 최근 곡들은 

빌보드나 오리콘보다는 우리나라 차트가 더 익숙합니다.   

비록 물리 음반을 구입하지는 않았어도,  멜론차트 100위까지는 계속 스트리밍으로 계속 듣고 있었고요. 

 

그럼에도, K팝은 나와의 별개인 딴 세상으로 생각했습니다.  

K팝의 세계적 히트, 아이돌 팬덤의 상업화와, 대형 기획사들의 상장이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라고 생각한 이유는, 특히 남자 아이돌 팬문화에 대해서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기차트에 올라오는 인지도 있는, 여자아이돌의 매출보다, 차트 100위에 올라오지 못하는 남자 아이돌의 음반판매, 콘서트, 굿즈. 매출이 기획사를 좌지우지한다더라. 


결국, 저는  K팝은 이제 내수용 대중문화가 아닌  문화산업, 수출산업 정도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특정 사건을 계기로 아주 잠깐, 빙산의 일각이지만, K팝 아이돌 문화와 팬덤을 약간 들여다보고 체험해 보게 되었습니다.


 음반도 구입해 보고(음반은 전에도 구입한 적이 있지만, 연구를 위해 몇 장 더 샀습니다.), 팬용 앱도 깔아보고, 자컨, 해외 커버 팀 댄스 영상, 팬들이 만든 자작 영상들을 찾아봤습니다.  팬사인회 영상도 보게 되고, 팬사인회를 위한 가챠 시스템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획사들의 매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이 유도 알게 되었고, 왜 이런 것이 언론에 그렇게 많이 다뤄지지 않는지도 짐작이 가더군요. 

 

K팝의 명과 암.  

K팝 산업의 "어두운 그림자" 

이제 이 분야를 방금 들여다보기 시작한 제가, 알아봤자  얼마나 잘 알겠습니까?

문제점이야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셨겠죠.  



다만, 저는 K팝이 우리가 생각했던 단순한 문화산업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도 많이 보셔서, 새롭지도 않으실, "랜덤 플레이 댄스 영상"을 통해서 말입니다.  


저도 기존에는, "외국에 K팝 인기가 저렇게 많구나" 정도로 무덤덤하게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각국에서 열린 랜덤 플레이 댄스의 일부입니다.  


2024년 4월 6일 일본  도쿄   

https://www.youtube.com/watch?v=YtIR1ASSGQE


2024년 5월 6일 폴란드 Wroclaw

https://www.youtube.com/watch?v=azvDS-S1X44


4월 24일 독일 드레스덴  

https://www.youtube.com/watch?v=MvCyaLkJR8E


2024년 5월 7일 프랑스 파리 

https://www.youtube.com/watch?v=cd65op08-6w&t=1688s


2024년 6월 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https://www.youtube.com/watch?v=PQmaDYepeJE


2024년 4월 이탈리아 Turin 


https://www.youtube.com/watch?v=WhOjloUfbJQ


2024년 2월 시드니 


https://www.youtube.com/watch?v=1FrGFgfVQro




전 세계 여러 K팝 커버 댄싱팀들의 수준급 커버댄스도 많이 있습니다만.  몇 년 전부터 있었던 이 랜덤플레이 댄스의 유행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계셨는데,  K팝 랜덤플레이의 유행은 단순히 "K팝이 인기 있네"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K팝 랜덤플레이 유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개최된 랜덤플레이 트렌드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특징은 


전 세계 대도시뿐 아닌 소도시에서까지 개최.(더 많이 더 자주)    

한국 정부나 단체의 지원(초기 K팝 시대) 없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진다. 

랜덤플레이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베리에이션

레퍼토리 수가 엄청 많음. 대체적으로 플레이 시간 1~2시간 100곡에 육박(남돌 노래도 엄청 많음) 

10년, 20년 전 곡까지 점점 더 거슬러가는 예전곡 선곡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955년 척베리와 엘비스는 미국에 로큰롤을 유행시켰습니다. 

청소년들은 로큰롤에 맞춰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백투 더 퓨쳐에서 봤던 것처럼요. 

1964년 비틀즈의 선풍적인 인기는 전 세계 소녀들을 비틀 마니아로 만들었고, 또한 밴드붐을 일으켜 수없이 많은 소년들로 하여금 밴드를 결성하게 했습니다. 이때 일본에도 밴드 붐이 일어났고, 일본 악기 회사들이 생겨났습니다.

1973년 뉴욕브룽크스에서 열린 파티에서 힙합은 탄생했습니다. 


K팝은 어쩌면 이 세 가지 혁명을 모두를 합쳐진(노래, 춤,  DIY) 혁명적 문화입니다. 


BTS가 제2의 비틀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 쳤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BTS는 제2의 비틀스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K팝이 일으킨 혁명은 비틀즈가 만들어낸 로큰롤 밴드 붐을 만들어낸 영향력에 비견될 만합니다.


1970년대 1980년대에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10대에게는 음악 외에는 선택지가 있지 않았을 겁니다. 

비틀즈, 딥퍼플, 레드 제플린, 퀸이던 헤비메탈이던, 

결국 기타를 잡고 밴드를 만들어서 카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0대들은 춤추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4년을 살아가는 청소년이 만약에 춤을 배우고 싶다면 어떤 춤이 적합했을까요?

지역의 민속춤이나 발레 같은 클래식이 아닌, 유튜브로 직접 배울 수 있는 춤은  K팝이겠죠.  

생각해 보면 K팝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안무가 짜여 있는 팝 음악은 역사상 없었습니다.   

90년대 립싱크 문화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죠. 

유튜브를 보고 마음에 드는 K팝 춤을 따라 하면 됩니다.  

  

K팝이 대단한 것은, 30년 동안 쌓아온 라이브러리입니다. 

(물론 표절이나 모방 같은 부끄러운 과거도 있지만) 양적인 공급을 통해서, 질적 향상을 가져온 케이스입니다. 

각국의 마니아들은 계속 K팝의 과거로 파헤쳐 가면서 랜덤 플레이 댄스의 레퍼토리를 늘려가겠죠. 

우리도 팝음악에 미치면 팝음악의 역사를 파헤쳐 갔으니까요. 블루스로, 재즈로, 컨트리로.   

머지않아. 서태지, 듀스, 노이즈까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양덕들의 연구가 거기까지는 못 미쳤나 봅니다. 
롤링스톤지가 2023년에 내놓았던,  K-pop Top100은 허술했습니다.  
https://www.rollingstone.com/music/music-lists/best-korean-pop-songs-1234727955/spring-day-bts-1234728158/

    


K팝 없는 K팝 걱정  


얼마 전까지 저도, 저와는 하등 상관도 없는,  K팝 없는 K팝 걱정을 함께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K팝이 인기를 끌 수 있으려나?" 

"BTS는 군대 전역하고도 미국에서 인기 있으려나? 빌보드 1위 하려나?" 

"한국 사람 없는 K팝" 찬성 or 반대?  


K팝을 기획사들의 산업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돌들을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기획사들의 시장논리에만 매몰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상품이 잘 팔려서 그들의 사업이 잘 되는 것이 K팝이 잘 되는 길이 잘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팝이 로큰롤이나 힙합 같은 문화라고 생각을 바꿔본다면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더 바람직합니다.   

그 누구도 로큰롤이 미국 것이라는 것을,  힙합이 브룽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인 문화가 되었기 때문에, 그 발상지가 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당장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K팝 기획사가 다 없어지고 K팝 그룹이 다 없어진다 해도, K팝 댄스 커버는 사라지지 않을 같습니다.(K팝 댄스의 대체제가 생길 때까지는...) 하지만, 새로 생긴  대체재마저도 다른 나라에서 만든  K팝과 비슷한 것이겠죠.   

 

K팝이 진짜 망하게 되면 


K팝이  전 세계에 사랑을 받는 것은

신나는 "춤"과 즐거운"노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남스타일"이 그랬던 것처럼 모두를 춤추게 만드는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세련되거나, 가사에 심오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K팝 댄스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K팝이 한국의 문화이며 k팝의 히스토리와 전통을 알게 됩니다.

90년대 초반, 이태원 문나이트 출신 춤꾼 립싱크 가수들로부터 시작해서. 1세대 아이돌(HOT, 젝키, SES, 핑클)이  4세대를 거쳐오는 동안 모두가 하나씩 벽돌을 쌓아서 K팝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오랜 전통을 가진 K팝의 나라라는 것은 알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태권도하고도 비슷합니다만. 태권도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 중에 하나이지만, K팝은 K팝 자체가 가 하나의 독립된 음악이자 댄스의 장르라는 점이 다릅니다. 


Rock N roll is Dead 


언젠가부터 Hip Hip 은 멋없어 


언젠가 장르가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날?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더 이상 새로 나오는 음악을 듣지 않을 뿐이지요. 예전에 나왔던  황금기 음악의 음반을 되풀이해서 듣습니다.  클래식, 재즈가 그랬고 이제는 록음악, 힙합도 그러한 추세가 있습니다.    


결국 K팝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 K팝산업의 성패여부가 아닌, K팝이 문화로서의 신선한 매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외국인이 K팝을 하던, 외계인이 K팝을 하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어느 날 외계인이 나타나서 참신한 음악과 참신한 안무를 발표한다면(강남스타일급?) 우리나라 기획사로서는 별로겠지만, K팝 자체의 생명력은 더 커지겠죠. 외계인이 만든 K팝이니까요.  

만약, K팝의 판도가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면 그때는 좀 서운한 사람도 있겠지만, 브리티시 인베이전도 있었잖습니까?  정말 좋은 영국 음악들이 많이 나왔고 당시에 미국밴드들도 개성 있는 음악을 많이 만들었죠.  저는 The Band 나 The allman brothers의 음악도  좋아합니다.  

  

해외 팬들의 랜덤 플레이 댄스 레퍼토리를 보면, 해외 진출하지 않았던 '씨스타'라던가 '2PM' 같은 그룹들의 음악이 눈에 띄어, 취향이 종잡을 수 없는 것 같긴 한데.


K팝의 전통과 본질은 "신나는 춤과 음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K팝은 원래 90년대에는 댄스음악이라고 불렸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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