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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마녀 우슬라

나는 위대한 마녀 우슬라(발음 잘해라, 웃을라 아니다)

by 윤자매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된 후 나는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인어가 나를 찾아왔어.


어류라 그런가 애들이 왜 이렇게 어리석은지!

위대한 어패류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누가 지금 같은 수산물 아니냐고 말했어!).

아니 사랑이 뭐라고 소중한 생명을 그렇게 아깝게!


인어가 물거품이 된 이후에도 인어들은 잊힐만하면 와서 다리를 달라고 했어.

최근에는 아주 눈만 높아져가지고 유명인 다리 사진을 가져오더라고. 이 사진과 똑같은 다리를 달라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어류는 어류, 어패류는 어패류)! 수준 높아진 너희들처럼 나도 이제 목소리를 선별하기 시작했지.


너희들만 오디션 하는 거 아니야. 나도 오디션 했어. 정확히 말하면 오디션을 진행했지.

혹시라도 내가 외모 보고 혹 할까 봐 미역을 씌우고 오디션을 했어, 내가 이 정도란다.


나는 정말이지 목소리가 그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지 뭐야.


덕분에 나는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직업은 다 해봤어. 나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 다양한 인어 목소리 덕분이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1등도 해 보았어.

상금은 말이야, 그래도 내가 또 본 건 있어서 기부했어. 어차피 내가 돈 있어봤자 뭐하겠니.


말하면 누구나 아는 뮤지컬의 여주인공도 해보았어.

나랑 뮤지컬 하겠다는 남자 배우들이 어찌나 많던지.

어디 지금 오징어 같은 것들이 감히 위대한 문어를 넘봐!


나는 참 재밌게 지냈어. 정말 너무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

나를 다 좋아해 주잖아, 내가 이런 대접을 어디서 받아봤겠어.


그렇게 지내는 것이 나는 정말 좋았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야.

무대가 끝나고 홀로 바다로 돌아오면 나는 혼자였어.

그 외로움은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래, 알아.

내 본모습을 안다면 나를 좋아해 주지 않겠지.


어느 날, 꼬마 인어가 나를 찾아왔어.


대뜸 소리부터 지르더라. 저 패기 좀 보소!


"그만 좀 하세요.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어가 물거품이 되었는지 아세요!"


이거 뭐 초면에 윽박부터 지르네.


좋은 마녀가 될 수는 없나요?

왜 인어에게 다리를 주시는 건데요?

그냥 주시면 끝이에요?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니?"


그 말에 꼬마 인어가 울먹이며 말했어.


"우리 언니를 도와주세요. 거품이 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렇게 한참을 울다 갔어. 그날 마음이 이상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지.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 정말 매일 오는 거야. 매일 와서 도와달라고 울다 가더라고.

아 정말 아이가 우는 건 질색이야. 두 손 두 발 아니구나, 여덟 발 다 들었어.


그리하여 나는 인어에게 1대 1 수업을 진행하기에 이르렀지.

이름하여 밀당의 기술!

나는 인어들에게 인간들의 사랑에 관한 밀당을 강의했어. 그러자 거짓말처럼 인어는 사랑을 이루어 물거품이 되지 않았지.


덕분에 내가 준 다리 대신 내 다리가 사라지더라고.

하지만 내가 누구야?

위대한 문어라고! 문어 다리는 뛰어난 재생능력이 있다니까. 기다리면 다시 자라나지. 더군다나 무려 다리만 8개!


나는 결국 인어를 위한 연애 상담소를 차렸고 인어는 물거품이 되지 않고 사랑을 이루게 되었어.


그제야 알게 되었어.

좋은 일을 하니까 내가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나는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이제 인어에게 육체적인 그 무엇도 받지 않아. 이거 왜 이래, 나 이제 흑마술 하지 않아. 그건 하수들이나 하는 거야.


그리고 나를 찾아오는 인어에게 분명히 말해주지!


“다리를 가진다고 사랑을 얻는 게 아니야, 인어인 너를, 지느러미를 가진 너를 사랑해주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도록 해!”


이걸 한 번에 알아들을 리가 없지, 지금도 가끔 찾아와서 다리 달라는 인어가 있기는 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있는 그대로의 내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야.


나도 혹시 사랑을 기다리냐고?

사랑이라? 그게 꼭 나한테 와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찾아온다면 글쎄, 궁금하기는 해.


나는 문어마녀 우슬라, 지금의 내가 좋아.

나는 그냥 문어마녀 우슬라로 살고 싶어.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그냥 나, 문어마녀 우슬라고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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