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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Aug 17. 2021

횡단보도 앞에서

같이 건너자

친구 손을 잡고 길을 건너려고 서 있었다.


저 멀리 차가 오는데 친구는 건널 생각이 없었다.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건너자.”


잡아 끄는 내 손을 당겼다.


“저 차 지나가면 건너자.”


“그래.”


사뭇 진지한 표정에 그러자고 했지만 친구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차가 지나가고 우리는 함께 길을 건넜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친구가 말했다.


“사실 다쳤었어.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했었어.”


“아.”


“횡단보도는 있었는데 신호등이 없는 길이었어. 차가 멀리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해서 건넜거든.”


나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 느낌이 다 기억이 나. 몸이 순간 붕 뜨고 내 몸이, 그리고 내 얼굴이 닿았던 기억.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통증 빼고는 그 모든 순간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이 나.”


친구와 마주 잡은 손에 땀이 차는 게 느껴졌지만 손을 풀지는 않았다.


“그래서 차가 없어야 내가 온전히 건널 수 있게 되었어. 그렇게 되었어. 그냥 말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기까지 친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너무도 긴 터널이 나에게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습하고 컴컴한 긴 터널이 언제 끝나려나 생각했다.


눈물은 닦아도 닦아도 멈추지 않았다.


얼굴과 손바닥이 눈물로 끈적였다.


이 어둠은 언제 끝이 나는 것인지, 빛이란 것이 존재는 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그제야 알았다.


다들 힘들게 견디고,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횡단보도조차도 용기를 내어 건너야 하는 것이 친구의 삶이었고 또한 나의 삶이었다.



그러니 말해본다.


같이 건너자.


길 양쪽을 잘 살피고 반대편으로 함께 건너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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