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 수 없는 그 마음
아빠의 퇴근길에는 까만 봉지가 있었다.
나는 아빠의 손만 봤다.
까만 봉지가 있나, 없나.
봉지 안에는
우유 하나
빵 하나
노동을 하는 아빠의 새참인 줄도 모르고 봉지를 받아 들고 환하게 웃었다.
힘든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에게는 웃어주지 않았는데 검은 봉지에게는 잘도 미소를 보였다.
그런 행동을 누군가 나에게 보였다면 나는 가차 없이 그 검은 봉지를 빼앗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나를 향해 많이도 웃어 주었다
봉지 안에 든 사랑과 희생은 보이지 않고 빵과 우유만 보였다.
그리고 빵은 지독히도 맛있었다.
땡볕에 한 시간만 나가도 이건 할 짓이 못된다고 혀를 내두르는데 아빠는 그 힘든 노동을 어떻게 견딘 것일까.
부모는 정말 되어보지 않고는 모를 것 같아.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다는데 나는 내 배가 불러야 부른 거니까.
자식을 낳아보지 않고는 정말이지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할 것 같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