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식모살이도 했었어."
"정말? 언제?"
"스무 살 먹기 두 해 전에 2년 정도."
"왜?"
"작은 어머니가 동생들 공부시키려면 네가 벌어야 한다 그래서."
"왜 지금 말해?"
"뭐 자랑이라고.
스물 되고 이제 공장 취업이 되니까 그만뒀어."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사는 게 다 힘들지 뭐, 나만 힘든가."
사는 게 다 힘들지 뭐, 나만 힘든가.
엄마의 말에 예전 그 일이 생각났다.
또래들은 다 대학을 가는데 나는 취업을 했다.
절친과 함께 같은 직장에 취직이 되었는데 입사를 일주일 앞두고 친구가 말했다.
계속 잠을 못 잤어.
안될 것 같아.
대학에 지금 가지 못하면 나 후회할 것 같아.
나는 못 갈 것 같아.
친구가 안될 것 같다는 그 길을 나는 혼자 가야 했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대학을 가는 데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 딱 3년 아빠 빚 갚고 내가 벌어 대학가자 굳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굳은 결심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무너진다.
버스정류장에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고 나는 여러 번 무너졌다.
좌석에 앉아 여러 번 울음을 삼키고 또 삼켰다.
저 무리에 있고 싶다, 다시 학생이 되고 싶다는 부러움을 나는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왜 돈을 벌어야 하나, 그것도 아빠 보증 빚을 왜 갚아야 하나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엄마의 말이 그때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위로.
삶은 너만 힘든 게 아니야.
그때는 정말이지 삶이 나에게만 가혹한 것 같았다.
우리 엄마,
아무렇지 않은 얘기가 아니라서 일부러 기다렸구나.
아무렇지도 않은 때에 아무렇지도 않게 툭,
그렇게 툭 말하고 싶어서.
그게 바로 지금이구나.
지금이 그때구나.
그때가 지금이라서 다행이다.
그때의 엄마를, 그리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