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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Sep 05. 2022

엄마의 고백


"나 식모살이도 했었어."


"정말? 언제?"


"스무 살 먹기 두 해 전에 2년 정도."


"왜?"


"작은 어머니가 동생들 공부시키려면 네가 벌어야 한다 그래서."


"왜 지금 말해?"


"뭐 자랑이라고.

스물 되고 이제 공장 취업이 되니까 그만뒀어."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사는 게 다 힘들지 뭐, 나만 힘든가."



사는 게 다 힘들지 뭐, 나만 힘든가.

엄마의 말에 예전 그 일이 생각났다.


또래들은 다 대학을 가는데 나는 취업을 했다.

절친과 함께 같은 직장에 취직이 되었는데 입사를 일주일 앞두고 친구가 말했다.


계속 잠을 못 잤어.
안될 것 같아.
대학에 지금 가지 못하면 나 후회할 것 같아.
나는 못 갈 것 같아.



친구가 안될 것 같다는 그 길을 나는 혼자 가야 했다.

친한 친구들이 모두 대학을 가는 데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 딱 3년 아빠 빚 갚고 내가 벌어 대학가자 굳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굳은 결심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무너진다.

버스정류장에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고 나는 여러 번 무너졌다.

좌석에 앉아 여러 번 울음을 삼키고 또 삼켰다.

저 무리에 있고 싶다, 다시 학생이 되고 싶다는 부러움을 나는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왜 돈을 벌어야 하나, 그것도 아빠 보증 빚을 왜 갚아야 하나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엄마의 말이 그때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위로.


삶은 너만 힘든 게 아니야.


그때는 정말이지 삶이 나에게만 가혹한 것 같았다.


우리 엄마,

아무렇지 않은 얘기가 아니라서 일부러 기다렸구나.

아무렇지도 않은 때에 아무렇지도 않게 툭,

그렇게 툭 말하고 싶어서.

그게 바로 지금이구나.

지금이 그때구나.

그때가 지금이라서 다행이다.

그때의 엄마를, 그리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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