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30분가량
읽던 책을 찾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침대 위에서 읽던 책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같은 장소를 보고 또 보고.
침대 밖으로 넘어갔나
보고 또 보고.
가보지 않은 방까지
싹 둘러보고
들고 갈리 없는
화장실까지 다시 가보고
진짜 못 찾으려나 싶었을 때
거짓말처럼 침대 위에 있는 거야.
내가 예상했던 그 위치, 그 자리에 말이다.
침대 위 물건을 하나하나 들어다
옮기고 또 옮겼는데
왜 이걸 보지 못했는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2개월가량을 찾은
실내화를 찾았다.
사물함에 넣어둔 실내화.
새 제품 그대로 보관했는데
막상 신으려니 없는 거다.
있을 만한 곳을 뒤지고 또 뒤지고
그래도 없었다.
원래 보관되어 있어야 할 장소인
사물함에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결국 새 실내화를 샀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다시 사물함을 열었고
책 사이에 나 보란 듯이
거기 있더라.
그곳을 내가 몇 번이나 찾아봤던가.
책 사이에 뒀을 거라고 예상해서
책도 다 꺼내서
다시 보고 또 봤는데
내가 찾아본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나 여기 있었는데 너 몰랐니, 하는
얼굴로 실내화가 거기 있었다.
왜 이러지.
그냥 거기 있었던 것 같은데
내 물건들은 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자꾸 못 찾고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너무도 황당해.
그리하여 나는 결론을 지었다.
잃어버린 것이 확실한 그 위치에
사진을 찍겠어.
그러고는 사진을 다시 천천히
살펴보겠어.
이젠 나는,
나를 못 믿겠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