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May 10. 2024

그리하여 나는

어제저녁 30분가량

읽던 책을 찾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침대 위에서 읽던 책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같은 장소를 보고 또 보고.


침대 밖으로 넘어갔나

보고 또 보고.


가보지 않은 방까지

싹 둘러보고


들고 갈리 없는

화장실까지 다시 가보고


진짜 못 찾으려나 싶었을 때

거짓말처럼 침대 위에 있는 거야.


내가 예상했던 그 위치, 그 자리에 말이다.


침대 위 물건을 하나하나 들어다

옮기고 또 옮겼는데

왜 이걸 보지 못했는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2개월가량을 찾은

실내화를 찾았다.


사물함에 넣어둔 실내화.

새 제품 그대로 보관했는데

막상 신으려니 없는 거다.


있을 만한 곳을 뒤지고 또 뒤지고

그래도 없었다.


원래 보관되어 있어야 할 장소인

사물함에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결국 새 실내화를 샀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다시 사물함을 열었고

책 사이에 나 보란 듯이

거기 있더라.


그곳을 내가 몇 번이나 찾아봤던가.

책 사이에 뒀을 거라고 예상해서

책도 다 꺼내서

다시 보고 또 봤는데

내가 찾아본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나 여기 있었는데 너 몰랐니, 하는

얼굴로 실내화가 거기 있었다.


왜 이러지.

그냥 거기 있었던 것 같은데

내 물건들은 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자꾸 못 찾고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너무도 황당해.


그리하여 나는 결론을 지었다.


잃어버린 것이 확실한 그 위치에

사진을 찍겠어.


그러고는 사진을 다시 천천히

살펴보겠어.


이젠 나는,

나를 못 믿겠어(ㅎ).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